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드디어 속셈을 드러냈다. 한국GM에 본사에 진 빚을 탕감하는 대신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혜택을 얻어내려 하고 있다.
20일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GM은 22억 달러(약 2조3595억 원)에 달하는 한국GM의 차입금을 주식으로 교환하는 출자 전환을 제안했다.
GM이 약 1만6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한국GM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 얼마나 많은 신규자본을 요구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한 소식통은 “GM이 한국 측에 10억 달러 이상의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GM은 한국 측에 현지 공장 부지들을 7년간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특별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앞서 GM은 13일 군산공장을 5월까지 폐쇄하고 나머지 3개 공장에 대해서도 수주 안에 그 운명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GM은 매출과 규모 대신 혁신과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이유로 2015년 이후 유럽과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에서 철수했다. 업계는 한국GM도 이들처럼 ‘풍전등화(風前燈火)’ 의 상황에 놓이게 된 가운데 GM이 실직 위기에 놓인 근로자들을 볼모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GM은 한국법인의 자본 구성을 재편할 것이며 그 대가로 한국에 10억 달러가 넘는 정부 지원을 포함한 일괄적인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 지원과 함께 7년간 세제 혜택을 받으면 22억 달러 부채를 탕감해 준 것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다는 속셈을 보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군산은 못살려도 부평과 창원 등 다른 공장을 살려보겠다는 통첩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소식은 GM의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배리 엥글 총괄 부사장이 이날 오전 국회에서 ‘GM 사태 태스크포스’ 소속 의원들과 여야 원내지도부를 면담한 뒤 흘러나와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엥글 부사장은 “한국에 잔류해 사업을 바로잡아 계속해서 한국 경제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는 것은 확실히 우리가 선호하는 것”이라며 “이번 논의에 힘을 얻었으며 우리가 함께 성취할 결과에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GM과 한국 정부의 구체적 논의에 대해서는 세부사항 언급을 피했다.
GM이 한국에서 철수하기에는 아직 미련이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GM이 2013년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하면서 이 지역에 공급되는 차를 생산했던 한국GM은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한국GM은 2014~2016년 총 1조9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은 수년간 저비용 수출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며 한때 GM 글로벌 생산량의 20%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CNBC는 강조했다.
한국 측은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다. 한국지엠 지분 17%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GM의 제안에 흥미를 가질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정부는 새로운 재정적 지원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 이르며 그 전에 철저한 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게다가 GM의 특별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요구도 사실상 실현되기에는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한국은 유럽연합(EU)의 조세회피 블랙리스트에 지정됐다가 외국인투자지역에 대한 특혜 등을 폐지하는 등 연말까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해 지난달 가까스로 제외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