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공식 후원 계약을 맺은 로컬 스폰서임에도 마케팅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일본 도요타자동차 때문이라고 21일(현지시간) 포브스가 보도했다.
국제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은 글로벌 기업에 있어서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사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 평창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선보였다.
대부분 기업은 직관적인 마케팅을 택했다. 코카콜라는 ‘코카콜라 자이언트 자판기’를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맥도날드는 거대한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 모양의 매장을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태블릿, 스마트폰, 가상현실(VR) 기기들을 선보였다.
현대차 홍보관은 이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공식 스폰서사라면 지난해 선보인 수소차 ‘넥쏘’를 대대적으로 전시하는 게 맞다. 제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대신 수소 전기차와 수소 에너지를 형상화한 체험관을 만들었다. ‘현대자동차 파빌리온’ 체험관은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아시프 칸이 설계했다. 이 체험관은 마치 예술작품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체험관 외부는 완벽한 어둠을 표현했고, 체험관 안에는 수소 전기차의 원리를 4단계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높은 심미성 덕에 눈길이 가는 자동차가 없는데도 지난 9일 체험관을 열어 이후 11일 동안 약 3만 명의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현대차가 이 같은 마케팅 기법을 택한 배경은 도요타를 의식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현대차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선정한 13개 공식 파트너사가 아니다. 업계 라이벌인 도요타가 이미 13개 업체에 포함돼 공식 후원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현대차는 IOC와 중복 계약을 할 수 없었다. 도요타는 2015년 IOC와 후원 계약을 맺었다.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도요타는 10년 계약으로 8억3500만 달러를 지급했다.
현대차는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항공, KT 등 업체들처럼 로컬 스폰서로 계약했다. 로컬 스폰서는 한국 내에서만 광고할 수 있으며 올림픽 마케팅 자료를 사용할 수 없다. 이에 현대차는 도요타가 이미 공식 후원사인 상황에서 직접적인 제품 광고 대신 우회적인 마케팅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요타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일찌감치 로컬 스폰서 자격을 포기했다. 마케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에서 현대·기아차는 시장점유율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도요타는 2016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팔린 외제차 중 고작 4%를 차지하는 데 그친다. 지난 11일 도요타는 “IOC와 협의해 이번 올림픽에서는 후원사로서의 혜택 중 일부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 내 광고가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고, 현대차와 의도치 않게 홍보 경쟁 문제가 불거져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홍보 전문 컨설턴트인 나이젤 커리는 “로컬 스폰서 자격을 포기했다고 해서 도요타의 광고 효과에 타격이 있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반면 공식 스폰서가 아닌 현대차는 국내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을 평생 한 번 있는 기회로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