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이 한국GM에 빌려준 7000억 원 차입금의 만기가 임박한 가운데 GM측이 채권만기 일자를 유예했다. 만기 유예에 따른 담보(부평공장) 요구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미묘한 쟁점이 남았지만 "일단 GM이 한 걸음 물러난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23일 한국지엠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GM은 강경했던 입장을 선회했다. 이달 말로 만기가 도래하는, 즉 한국지엠이 GM 본사에 갚아야할 7000억 원의 대출금 회수를 정부의 실사가 끝날 때까지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적어도 3월말 정도까지는 여유가 생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날 이사회는 2월말 만기가 도래하는, 7000억 원에 달하는 차입금의 만기 연장 여부를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었다. 감사보고서(2016년말 기준)상 한국지엠의 총 차입금은 2조9700억 원 정도다. 대부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GM 홀딩스 LLC'와 'GM' 등 GM과 그 계열사로부터 빌려온 운영자금이다. 4.8~5.3% 이자율을 조건으로 한국지엠이 돈을 빌렸지만 계속해서 만기를 연장해 왔다.
이미 지난해 말 1조1300억 원의 만기가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시 GM은 4000억 원 정도만 회수하고 약 7000억 원에 대한 만기를 이달 말까지 재연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GM이 이날 이사회와 이어서 열릴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차입금 만기연장을 제시하는 대신 부평공장의 담보설정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가지 모두 우리 예상을 벗어나면서 향후 GM의 향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금융투자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GM측이 '실사 때까지 차입금 회수 보류'라고 밝혔다면 실사 결과에 따라 즉시 회수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견해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