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년 전통을 자랑하는 청바지 명가 리바이스가 패스트패션에 무릎을 꿇었다. 리바이스는 레이저 기술을 도입해 생산과 유통 속도를 높이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리바이스는 1853년 캘리포니아 골드러시(Gold Rush·19세기 미국에서 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현상) 때 설립됐다. 청바지는 금을 캐는 광부들이 즐겨 입는 작업복이었다. 마모에 잘 견디는 청바지는 ‘터프 팬츠’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현재 리바이스의 청바지는 전 세계 11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매출의 절반 이상이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한다.
청바지는 그 옛날 만들어질 때부터 질기고 빈티지 느낌이 나 자연스러운 상태로 오래 입을 수 있는 게 장점이었다. 그러나 패스트 패션이 대세가 되자 이러한 장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패스 트패션은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빠르게 제작하고 유통하는 의류를 뜻한다. 자라, H&M 같은 업체들이 패스트 패션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패스트 패션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리바이스는 새로운 트렌드를 보다 신속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리바이스는 스페인의 산업용 레이저 전문업체인 지놀로지아와 협력해 새로운 청바지 제작 기법을 개발했다. 새로운 레이저 기술을 사용하면 기존에 시간당 2~3벌을 제작하던 것에서 90초마다 한 벌의 청바지를 생산해 낼 수 있다. 생산 공정은 기존 18~20단계에서 3단계로 크게 줄어든다. 설계 주기도 단축된다. 기존에 새로운 청바지를 생산해내기 위해 6개월가량 소요됐다면 이번에 도입하는 기술로 디자인 주기는 몇 주에서 며칠까지 단축될 수 있다.
리바이스는 새로운 공정을 도입해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벗어나 기술집약적인 업체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또 생산 속도가 빨라진 만큼 해외 시장에서 현지 사정에 맞춰 더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리바이스의 칩 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이 제조법은 청바지 제조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레이저 기술은 2020년까지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대규모 실업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공존한다. 그러나 리바이스의 대변인은 가까운 미래에 감원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대변인은 “직원들은 재교육을 받거나 다른 파트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동화에 영향을 받는 직원들은 다른 제조 협력사들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