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다양성’ 딜레마…유튜브, 백인·아시아 남성 역차별에 소송 걸려

입력 2018-03-0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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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백인과 아시아 남성 채용 말라는 지침 받아…일종의 쿼터제 적용”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 인종·성별 인력 구성. 위 그래프: 인종 (앞에서부터 백인·아시아인·히스패닉·흑인·복합인종) / 아래 그래프: 남성과 여성. 출처 WSJ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 인종·성별 인력 구성. 위 그래프: 인종 (앞에서부터 백인·아시아인·히스패닉·흑인·복합인종) / 아래 그래프: 남성과 여성. 출처 WSJ
글로벌 기업들의 요즘 가장 큰 화두는 ‘다양성(Diversity)’이다. 남성과 여성, 또는 인종을 차별하지 않고 골고루 인재를 채용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역풍도 만만치 않다. 다양성을 추구하다 보니 오히려 차별적인 인사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구글 산하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가 지난해 채용 과정에서 백인과 아시아 남성을 차별했다는 소송이 제기됐으며 이는 기업들의 다양성 추구에 따른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구글에서 9년간 근무했으며 그 중 유튜브에서 4년간 채용 담당자로 일했던 백인 남성 아르네 윌버그는 지난 1월 캘리포니아 주 샌머테이오 고등법원에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장에서 “구글이 자신의 성과 인종에 대해 차별했으며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결과 지난해 11월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윌버그는 “구글이 여성과 소수인종 채용에 대해 일종의 쿼터제를 적용해 유튜브 측에 여성,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아닌 지원자에 대해서는 면접을 취소하고 그들의 지원 서류를 모두 폐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구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우리는 정체성이 아닌 능력에 따라 직원을 채용한다는 명확한 방침이 있다”며 “동시에 우리의 빈 자리에 어울리는 다양한 인재를 찾고 있다. 이는 최적인 인재 확보, 기업문화 개선, 더 좋은 서비스 마련 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꺼림직한 일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유튜브나 구글 채용 관행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백인과 아시아인 기술직 인원 동결과 유튜브의 쿼터제 적용 등 소장 일부 내용을 인정했다고 WSJ는 전했다.

윌버그와 다른 소식통들에 따르면 유튜브는 적어도 2016년 이후 흑인과 히스패닉, 여성 등 소수자들을 채용한다는 ‘다양성 목표’를 적용해왔다.

아울러 윌버그는 유튜브가 이런 역차별적인 채용 관행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유튜브 관리자들은 지난 2016년 1월 다양성 목표와 관련된 모든 이메일을 지우라는 지시를 받았다. 또 유튜브 채용 담당자들은 지난해 중반 소수자 그룹을 얼마나 뽑았는지 수치화하는 것을 그만두라는 방침을 들었다.

이는 고위 경영진들이 역차별 논란 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음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 관련 변호사들에 따르면 기업은 채용 방면에서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이니셔티브를 실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인종과 성에 근거해 채용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연방 차별금지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법에서도 이런 관행은 위법이다. 즉 기업들은 쿼터제를 적용하거나 특정 인종이나 성만을 채용해서는 안 된다.

구글은 성차별을 옹호하는 메모를 회사 내부 사이트에 남겼다는 이유로 해고한 직원으로부터 지난 1월 소송을 당하는 등 역차별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문제는 구글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다른 산업보다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평등고용추진위원회의 2014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기업들의 전체 직원에서 백인 비중은 68.5%로. 전체 민간기업 비중 63.5%를 크게 웃돌고 있다. 실리콘밸리 선도 기업들에서 여성 인력 비중은 약 30%에 불과해 같은 지역 비(非) IT 기업의 약 49%와 대조된다.

지난해 구글 직원 중 약 69%가 남성이었다. 이는 지난 2014년보다 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여전히 구글 전체 인력에서 백인 또는 아시아인 비중은 2014년 이후 지금까지 91%를 유지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이에 구글이 무리한 정책으로 다양성 요구에 부응하려다가 상대적으로 역차별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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