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가 올해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에 지정하려고 했으나, 금융위원회가 끝까지 반대해 격론 끝에 내년으로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제2차 공운위 회의록에 따르면 공운위는 1월 발표한 ‘2018년도 공공기관 지정안’에서 채용비리와 직원 가상화폐 투자 등의 사건으로 논란을 빚은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회의 결론은 1년 유보였다. 대신 금융위는 금감원에 대해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평가단 중 1인 이상이 참여하는 등 엄격한 경영평가, 사외이사 선임 시 외부인사 참여 등의 혁신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진통이 컸다. 특히 공운위원들은 끝까지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공운위원들은 금감원의 혁신안이 기타공공기관에 요구되는 것과 차이가 없는데 공공기관 지정 대신 별도로 혁신안을 내는 것은 타 부처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 정서상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생각하고 있고 채용비리, 가상화폐 등 여러 가지 사건은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주무부처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에 대해 철저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통감한다”면서도 “국회도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하고 있고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인지 심각한 이견이 있다”며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공운위원들은 끝까지 공공기관 지정은 통제가 아닌 책임성과 투명성 확보 차원이고 금감원의 특성을 강조할 경우 공운법(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체계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용진 기재부 2차관도 공운위원들 편을 들었다. 김 차관은 “금감원의 특수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적절한 통제와 관리를 받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에 김용범 부위원장은 “내년에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안 된다”며 배수진을 쳤다. 결국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금융위의 금감원 이행사항에 대한 추진 실적을 보고 결과가 미흡할 경우 내년에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자고 중재하면서 회의가 마무리됐다.
금감원은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으나 2009년 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정 해제됐다. 하지만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2013년 동양그룹 부실 사태 등이 터지면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