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광 절약 시간제(서머타임)가 올해로 도입 100주년을 맞는다. 경제적 손실과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 등으로 인해 폐지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마켓워치가 보도했다.
오는 11일 새벽 2시(현지시간)부터 미국에서는 서머타임제가 시작된다. 이 시간을 기점으로 미국은 시침을 한 시간 앞으로 돌려 햇빛이 남아있는 낮이 한 시간 늘어난다. 한국과 시차는 미국 동부 기준으로 14시간에서 13시간으로, 서부는 17시간에서 16시간으로 각각 줄어든다.
서머타임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8년 3월 19일 도입됐다. 미국 전역에서 시행된 것은 1966년부터다. 낮이 길어지는 여름철에 표준시를 한 시간 앞당기는 제도로 낮을 활용해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또 길어진 낮 시간만큼 경제활동을 촉진한다는 이유로 세계 70여 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그러나 서머타임제는 전 세계적인 폐지론에 직면해 있다. 인위적으로 시간대를 조정하는 것이 단기적인 수면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오레곤대학의 데이비드 와그너 조직심리학 교수는 수면이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하며 서머타임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그는 “물리적인 시침을 바꾸기는 쉽지만, 몸의 시계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며 “수면 시간을 바꾸는 데는 일반적으로 며칠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머타임제를 시행하면서 일주일간 수면량이 약 40분가량 줄어든다고 밝혔다.
줄어든 수면시간은 도덕과 관련한 문제에서 판단력을 흐릴 수도 있다. 동시에 공식 업무에서도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서머타임 개시 이후 월요일에 재판관들이 판결문을 읽는 시간은 평소보다 5% 더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그너 교수는 서머타임을 시행하면 심장마비 발병률이 5%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블루칼라 직군에서 뚜렷했다.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머타임 이후 광산업에서 일하는 블루칼라 직군은 부상으로 인한 사망률이 6% 증가했다.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부상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미국 경제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매년 4억3400만 달러(약 463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