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도이체방크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의 고율 관세 조치가 GE에게 큰 부담을 안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체방크의 존 인 애널리스트는 “GE는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이 급격히 상승해 주요 기업 중 가장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인 애널리스트는 현재 전력 시장이 침체해 있고, GE가 실적 압박을 겪고 있는 가운데 무역 전쟁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GE는 지난해 12월 주력 사업이던 전력 부분에서 1만20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GE 제품을 수입하는 무역 상대국이 맞대응할 여지도 크다. 해외 사업 비중이 큰 GE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GE는 자유무역의 수혜를 톡톡히 본 기업이다. 전 세계 180여 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인 애널리스트는 “트럼프가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GE는 국제 시장에서 더 큰 경쟁에 직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 GE의 대변인은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GE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내부 자료에서는 관세로 영향을 받는 수입 금속의 양은 소량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GE는 한때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불렸으나 최근 실적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급기야는 ‘그룹 해체’를 고민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작년 8월 취임한 존 플래너리 최고경영자(CEO)는 그룹 해체로 혼란을 타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GE가 기록한 손실은 100억 달러(약 10조7120억 원)에 달한다. 주가는 작년 한 해 동안 45% 추락했고, 올해만 16% 떨어졌다. JP모건의 스티브 투사 애널리스트는 “GE가 추락하면서 GE 주식을 판 자금이 소비재 기업인 3M, 다국적 소프트웨어 기업인 하니웰 같은 업체로 몰렸고, 이들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CNBC는 이미 8년 래 최저 주가를 기록한 GE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 뒤 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GE의 주가가 회복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윌리엄블레어앤코의 니콜라스 헤이먼 애널리스트는 “GE는 악재를 다 끝냈고, 올해 주가가 안정될 것”이라며 “유동 자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간 GE 주가가 과매도 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