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무역전쟁] 트럼프 관세 폭탄에 되살아난 세기의 악법 ‘스무트-홀리법’ 악몽

입력 2018-03-09 16:48 수정 2018-03-0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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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트-홀리법, 1930년대 대공황 심화시켜…트럼프가 36년 만에 발동한 무역확장법도 글로벌 경기회복 치명타 줄 수도

▲1930년 스무트 홀리 관세법을 입안한 리드 스무트(왼쪽) 당시 미국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하원의원이 1929년 12월 농산품을 앞에 늘어놓고 보호무역 조치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미국 의회 도서관
▲1930년 스무트 홀리 관세법을 입안한 리드 스무트(왼쪽) 당시 미국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하원의원이 1929년 12월 농산품을 앞에 늘어놓고 보호무역 조치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미국 의회 도서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터뜨리면서 1930년대 대공황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36년 만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무역에 치명타를 입힌 ‘스무트 홀리 관세법’의 재연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관세 명령에 서명한 8일(현지시간) 지금까지 일어났던 무역전쟁에서 승자는 아무도 없었다며 트럼프는 스무트 홀리법의 악몽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1929년 대공황이 시작되자 집권당이었던 공화당은 미국 농민과 산업을 충격에서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고강도 무역정책에 착수했다. 허버트 후버 당시 대통령은 1930년 6월 17일 공화당 소속 리드 스무트 상원 재정위원장과 윌리스 홀리 하원 세입위원장이 주도한 ‘스무트-홀리법’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2만여 개에 달하는 수입품에 평균 59%, 최대 400%에 달하는 초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것이 핵심이었다. 당시 후버 정권과 의회는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로 미국 국민을 대공황의 늪에서 구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농민 유권자의 표심도 기대했다.

그러나 캐나다를 포함한 미국의 무역파트너들이 관세 인상과 환율 개입 등 보복조치로 대응하면서 세계는 더욱 큰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캐나다는 미국의 보호무역조치가 가시화하고 있던 1930년 5월 대미국 수입의 30%를 차지하는 16개 품목에 대해 새로운 관세를 부과했다. 프랑스와 영국 등 20여 개국도 캐나다의 전례를 따랐다.

스무트-홀리법이 촉발한 결과는 글로벌 무역에 치명타를 입혔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미국 수입은 1929~1933년 66%, 수출은 61% 각각 급감했다. 미국의 국민총생산(GNP)은 1929년의 1031억 달러(약 110조 원)에서 1933년 556억 달러로 반 토막 났다. 전 세계 무역은 1929~1934년 약 66% 감소했다.

결국 스무트-홀리법을 주도했던 스무트와 홀리는 1932년 선거에서 모두 떨어졌고 미국은 2년 뒤 이 법을 정식 폐지했다.

역사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스무트-홀리법이 경제적으로 끼친 피해 규모에 대해서 지금도 논쟁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무역전쟁이 대공황을 악화시켰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무역전쟁은 독일 나치와 같은 파시스트 정권의 부상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조슈아 멜처 선임 연구원은 “스무트-홀리법은 80년 이상 미국 무역정책에 영향을 미쳤던 재앙이었다”며 “아무도 그것을 반복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의 무역전쟁에 대한 발언은 경제학의 정설과 매우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영국 엑세터대학의 마크-윌리엄 팔렌 역사학 교수는 “무역전쟁에서 승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대답은 아무도 없다”라며 “무역전쟁에 참가하지 않는 국가가 결국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트럼프와 비슷하게 지난 2002년 특정 철강제품에 최대 30%의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유럽연합(EU)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으며 자동차와 플로리다산 오렌지를 포함한 다양한 미국 제품에 대해 최대 보복관세 카드로 위협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3년 12월 관세 조치를 중단하면서 자신이 목적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의 후속 연구에 따르면 관세는 철강 산업 고용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오히려 철강을 주요 원자재로 쓰는 산업에서 수만 명의 실업자를 양산했다.

팔렌 교수는 “어떤 무역전쟁에서도 가장 큰 패자는 국민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자들”이라며 “일부 산업이 혜택을 보는 대신 더 많은 패자를 배출할 것이며 빈곤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트럼프와 같은 부자는 물건값을 지불하는 데 몇 달러 더 들어간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며 “많은 국민은 이런 사치를 누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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