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노골적으로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면 반대 진영으로부터 반감을 사기 쉽다. 공격받을 여지도 많아진다. 그러나 이러한 폐해가 두려워 정치적인 중립을 고수하면 오히려 기업에 독이 될 수 있다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HRB)가 최근 분석했다.
지난달 말 델타항공은 미국에서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미국총기협회(NRA)와의 제휴를 끊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공화당 소속인 케이시 케이글 조지아 주 부시장은 델타항공에 세금 우대 혜택을 박탈하겠다고 응수했다. 지난 2일 결국 조지아주 의회는 항공유 면세 혜택이 빠진 세금 법안을 통과시켰고, 델타항공은 약 4000만 달러(약 427억8400만 원) 규모의 면세 혜택을 잃게 됐다.
델타항공의 사례는 정치적 이슈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지 못하면 일부 고객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을 증명한다. 그러나 미국 드럭셀대학교의 데니얼 코션 경영학 교수와 프랑스의 유명 경영대학원 인시아드의 크레그 스미스 교수는 그 반대라고 주장했다. 주주, 직원 등 기업을 구성하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분명한 정치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의 조건은 투명성과 일관성이다. 기업이 견지하는 정치적 태도를 솔직하고 일관되게 드러낼 때 이해관계자들에게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표방하는 친환경 정책이 대표적이다. 환경 개선에 앞장서온 파타고니아는 환경 규제를 풀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2016년에 블랙프라이데이 매출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파타고니아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작년 12월에는 유타 주 자연유산의 국가기념을 지정 면적을 트럼프 대통령이 대폭 축소했다며 회사 메인 화면에 “대통령이 당신의 땅을 훔쳤다”는 문구를 띄웠다. 전문가들은 만약 파타고니아가 트럼프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이해관계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경쟁 업체들 가운데 차별점을 인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리더십 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다카(DACA)’ 폐지를 반대하는 소송에 힘을 실은 경우가 그 예다. 뉴욕, 워싱턴 등 15개 주가 뉴욕 동부지방법원에 다카 폐지 관련 소송을 냈을 때 MS는 지지 의사를 밝혔다. MS는 “다카 제도가 사라지면 유능한 직원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IT 업계 전체의 이해가 걸린 사안에서 목소리를 냄으로써 MS는 리더십 있는 모습을 보였다.
코션 교수와 스미스 교수는 “기업의 정치적 참여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며 “다만 어떻게 참여할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정치적 이슈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사업 가치와 목표에 부합하는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이 정치적 문제를 후 순위로 취급하는 것을 중단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