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적으로 경질한 이유에 대해 틸러슨이 대북 외교 관련 이른바 ‘코리아 패싱(한국 배제)’을 하려다가 트럼프의 심기를 거슬렸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틸러슨 경질 소식을 전하면서 그가 교체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북한과의 비밀스러운 회담 추진이라고 소개했다.
트럼프와 틸러슨은 이미 여러 차례 충돌했으며 수개월 전부터 사임설이 돌았다. 틸러슨은 백악관 내 트럼프 측근들과 의견 대입을 보였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간의 분쟁에서 러시아의 사이버 해킹에 대한 대응방안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트럼프와 견해차를 나타냈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정말 틸러슨은 나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백악관의 한 고위관리는 “트럼프는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과의 오는 5월 회담을 앞두고 틸러슨을 새로운 팀으로 교체하기로 결심했다”며 “그는 또 앞으로 이어질 무역 협상을 주도할 새 외교수장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틸러슨은 이미 트럼프의 눈 밖에 난 상태였으나 수개월간 사임을 거부해왔다. 특히 틸러슨과 트럼프 측근들과의 사이는 지난주 대통령이 김정은의 회담 요청을 받아들여 틸러슨을 놀라게 했을 때 극에 달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와 틸러슨의 불협화음은 이미 취임 초부터 눈에 띄었다. 틸러슨은 트럼프가 탈퇴를 결정한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지지했으며 이란 핵합의도 지속되기를 원했다. 트럼프가 지난해 반복적으로 북한에 대해 군사행동도 불사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동안 틸러슨은 대화를 촉구했다.
특히 NYT는 틸러슨이 북미 비밀 대화를 추진한 것이 트럼프를 폭발하게 한 계기 중 하나가 됐다고 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틸러슨은 북한과의 비밀 대화를 제안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놀라게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댕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반응할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은 것은 틸러슨의 미숙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틸러슨의 축출로 이란 핵합의가 위기에 놓이게 됐지만 북미 대화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틸러슨은 초기에 북한과의 대화를 옹호했지만 이후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틸러슨은 지난해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는 “매우 초기 단계에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는 틸러슨의 발언은 트럼프가 장과들로부터 듣고 싶어 하는 아첨 섞인 과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전 정권이 이루지 못했던 성과를 내려는 트럼프에게 틸러슨의 뜨뜻미지근한 태도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틸러슨의 후임으로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극명해진다. 폼페이오 국장은 지난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회담은 진정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디어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외교정책에 대해 듣고 싶어 했던 말이며 트럼프는 폼페이오를 CIA의 그림자에서 국무부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로 끌어올렸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