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한 기득권의 나라

입력 2018-03-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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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 정치경제부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이 한창이다. 대회가 끝나면 한국은 88서울올림픽에 이어 세계의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른 나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지없이 우리의 메달 앞에는 수식어가 붙었다. ‘제대로 연습할 훈련장도 없이’, ‘열악한 조건에서 따낸’ 등이다.

유소년부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지원으로 정상급 선수를 길러내는 선진국과는 완연히 결이 다르다. 우리 선수들은 여전히 맨땅에서 연습하고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눈앞인,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는 나라의 현실이 이렇다. 오래전부터 문제가 된 빙상연맹 등 소수의 기득권이 스포츠 종목들을 좌지우지하면서, 우리는 아직도 기적에 의존하며 이를 미담으로 여기고 있다.

비단 체육계만의 문제일까. 지금 분야를 막론하고 전방위로 번지는 미투 고발은 각 분야의 권력층을 향하고 있다. 그간의 잘못이 드러난 이들은 예산이나 인사 등의 권한을 쥐고 이를 악용해 왔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일부 기업의 하도급 횡포나 공공기관에 만연한 채용비리, 집단 이기(利己)로 파업을 정례화한 노조 등은 이런 점에서 맥을 나란히 한다.

현 정부의 경제수장인 김동연 부총리는 취임 이후 줄곧 기득권 문제를 거론해 왔다. 그런데 규제 개혁을 통해 보상 체계를 바꾸면, 기존의 틀에서 이득을 보던 집단의 반발로 사회적인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그는 국민에게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합의를 통해 접근해야 하며, 제도 변화로 손해를 보는 계층에는 합리적인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득권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이 아닌데, 무조건 손해를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반대로 나쁜 기득권들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반의 상식으로 누구나 ‘옳지 않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면, 재정당국의 예산과 세제상 불이익 등을 통해 바로잡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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