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여행법’에 최종 서명해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여행법에 서명한 사실을 발표하면서 17일 발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지난 2월 만장일치로 상원을 통과한 법으로 대만의 고위급 공무원들이 미국을 방문해 정부 관리를 만나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백악관은 “미국과 대만 간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상호방문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라며 “대만과 공식 교류를 위한 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도 미국과 대만의 정부 인사들이 종종 상호 방문을 하지만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만큼 낮은 수준에서 이루어져왔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이 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대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은 대만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며 “중국은 이러한 행보에 크게 불만을 품고 있으며 확고한 반대 의사를 표한다”고 설명했다.
대만 외교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우호적인 움직임에 감사를 표한다”며 “대만 정부는 모든 수준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2~2006년까지 대만에서 주재 미국 외교관으로 일했던 더글라스 팔은 이 법안이 실제로 미국과 대만 사이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미 행정부는 이미 대만 고위 관료들의 방문을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대만여행법’ 서명으로 미·중 관계는 더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대학의 쉬 잉홍 국제관계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은 중·미 관계에서 심각한 후퇴를 촉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양국 관계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며 대만 내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세력에서 잘못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사회과학아카데미의 루 샹 연구원은 중국이 신중한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만약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당선 직후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미 대통령이 대만 총통과 전화를 한 것은 국교 단절 이후 처음이었기 때문에 당시 행보는 큰 파문을 일으켰다. 중국이 고수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저해하는 것으로 읽힌 탓이다. 대만은 2016년 독립파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하고 나서 미국과의 교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