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데이터 유출 스캔들 후폭풍이 거세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당국이 공식적인 조사를 천명한 가운데 구글은 미디어 산업을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내놓겠다며 불똥이 튀는 것을 미리 방지하고자 나섰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페이스북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 측과 연계된 데이터 이용자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과 관련해 조사하겠다고 천명했다. FTC는 구체적인 조사 여부에 대해 밝힐 수 없다면서도 “2012년 구글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구글은 아이폰의 웹 브라우저인 사파리에서 사용자의 온라인 활동 내역을 수집해 FTC로부터 225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뉴욕주의 에릭 슈나이더먼 검찰총장은 뉴욕주와 매사추세츠 검찰이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들은 자신의 개인 정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들은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보호할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를 트럼프 측에 넘긴 업체가 영국 소재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인 만큼 EU도 공식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베라 요로바 EU 사법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는 동안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 취급 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 장관,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등 미 행정부 관계자들과의 회동에서도 이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주말 페이스북의 데이터 유출 보도가 나온 뒤 현재까지 페이스북의 주가는 9% 이상 떨어졌다. 페이스북의 롭 셔면 개인정보 책임자는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FTC의 조사에 적절한 답변을 준비해 응하겠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막대한 소용돌이 휘말린 가운데 구글은 가짜 뉴스와 싸우는 언론을 위해 3억 달러(약 3214억2000만 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양질의 저널리즘을 국민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 사업 내용 중 하나다. 구글이 언론 지원금을 막대하게 퍼붓는 이유는 페이스북의 실책이 구글로 옮겨올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적, 도덕적 책임 논란에 휘말린 페이스북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포석이다.
구글은 또 작년 10월에 발표한 대로 뉴스 페이지에 유료 디지털 구독 기능을 추가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협력하는 언론사는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워싱턴포스트(WP), 르피가로 등이 포함돼 있다. NYT의 마크 톰슨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이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을 환영한다”며 “당장 언론사들의 수익에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인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