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둘기파’에서 ‘매파’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증시 호황 국면이 끝나는 것은 아닌지 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연준은 21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올해 금리인상 전망과 관련해서는 종전의 3회 시나리오를 유지했다.
그러나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올해 금리가 4회 인상돼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나타나고 내년 전망은 종전의 두 차례에서 세 차례로 수정되는 등 연준은 향후 긴축 가속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 전문매체 CNN머니는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선지 수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 의회가 이미 견실한 상황인 미국 경제성장을 촉진하고자 감세 등 재정지출을 더욱 확대하면서 연준이 향후 2년간 긴축 속도를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부양을 통한 재선 성공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느리게 인상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재닛 옐런을 ‘저금리 인사’라고 칭하면서 “금리가 낮은 상태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뒤처질 위험이 있다. 10년간 1조5000억 달러(약 1608조 원) 규모의 감세와 2년간의 3000억 달러 추가 재정지출로, 그 어느 때보다 미국 경제 과열 위험이 팽창한 상태다.
뉴욕증시는 이날 소폭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그러나 연준이 ‘매파’적 입장을 피력하면서 증시는 향후 하락 압박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햄릭 뱅크레이트닷컴 선임 애널리스트는 “그동안의 저금리 환경은 주가를 끌어올린 연료였다. 주식만이 높은 투자수익률을 보장하는 유일한 곳이었다”며 “연준이 좀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경제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기업 실적도 약해져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한스 클라펠드파이낸셜어드바이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부 투자자는 차입 비용이 높아지면서 기업 활동이 둔화하는 한편 채권 수익률이 올라가면서 주식의 매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준이 올해 3회 인상 기조를 유지한 데 대해 “대폭적인 변화가 없는 균형 잡힌 성명”이라면서 “이것이 증시에 이익이 될지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날 FOMC에 앞서 이미 증시 호황이 끝났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이미 뉴욕증시는 1월에 과열장세가 끝난 상태이거나 최소한 최고점에 도달했다”며 “이제 하락할 일만 남았다”고 비관했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 미국 증시 투자전략가는 “1월이 올해 투자심리가 최고조에 올랐던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기관투자자들이 1월 정점을 넘어서는 낙관적인 자세를 더는 보여주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도 1월에 정점에 도달한 것 같다”며 “세제개혁 이후 투자자들이 낙관할만한 재료가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무역전쟁 불안은 연준의 긴축 가속화에 더불어 글로벌 증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WSJ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22일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최소 300억 달러의 수입 관세를 포함한 제재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