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500억 달러(약 54조 원) 관세 폭탄에 맞서 중국 정부가 23일(현지시간) 30억 달러 규모 보복 관세 부과 방침을 표명하는 등 주요 2개국(G2, 미국·중국)의 무역전쟁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의 기업과 소비자들이 수요 감소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는 것은 물론 다른 나라들도 부수적인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오는 2020년까지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4700억 달러(약 508조 원)가 증발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중국 경제정책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간의 상호 무역 투자 관계는 글로벌 공급망과 통합돼 있다”며 “양국의 무역전쟁이 다른 국가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반드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 농산물과 자동차, 기계 및 기타 제품의 주요 시장이다. 중국은 2016년 미국 수출시장에서 3번째로 큰 규모를 차지했다. 한편 미국 의류·신발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류의 41% 이상, 신발의 72%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애슐리 존슨 아시아정책연구소(NBR) 무역·경제·에너지 담당 프로젝트 매니저는 “아무도 이런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이득을 보지 못할 것”이라며 “관세를 시행하면 산업 전반에서 가격이 올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네디 연구원은 또 “더욱 중요한 것은 세계 양대 경제국의 무역전쟁으로 1990년대 이후 구축됐던 다자간·양자간 무역 체제가 침식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의 그레고리 샤퍼 교수는 “규정에 기반한 시스템은 국제 경제관계에 기본적인 질서를 부여한다”며 “이것이 사라지면 다음 경제위기가 일어날 때 전 세계가 절대 반복하지 말아야 할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보호무역주의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무역을 넘어서 이런 갈등은 G2 관계가 더는 중국의 개혁개방과 자유화를 장려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가디언은 풀이했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경영대 교수는 “미국의 전략이 바뀌었다”며 “미국은 더는 중국 내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날지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사설에서 “미국의 행동은 중국인의 애국심을 자극해 대규모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아니라 시민이 미국에 맞서 싸우게 될 것이다. 한번 시도해봐라”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