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령층 통신비 1만1000원 추가 감면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통신비 인하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 통신비 추가 감면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규제개혁위원회의 재심사 일정이 다가오자 시민단체들이 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미 지난해 선택약정할인율 인상과 약정요금제 개편 등 자체적으로 고객 혜택을 늘리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던 이동통신사들은 고령층 통신비 감면 비용을 전액 부담을 받아들이는 대신 보편요금제를 막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노후희망유니온,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소비자조합 등 시민단체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령층에 대한 이동통신요금 감면 정책을 조속히 시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규개위는 즉시 고령층 요금감면 정책을 처리해야 한다”며 “고령층 빈곤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통신 사용량이 적은 고령층의 요금감면 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해 6월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발표하면서 65세 이하이며 소득 하위 70%에 해당해 기초연금을 받는 고령층에 대해 이동통신요금을 1만1000원을 추가로 감면해 주기로 약속했다.
당초 올해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의견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처리를 보류했다. 규개위는 13일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고령층)에 대한 통신요금 1만1000원을 추가 감면해 주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심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이동통신사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저소득 고령층의 요금인하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상반기 중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 통신비 할인의 경우 169만 명이 연간 2273억 원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신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2만 원·음성 200분·데이터 1GB)를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설 방침이다. 규개위는 27일을 전후해 보편요금제를 심사할 계획으로, 과기정통부와 최종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6월 국회에 보편요금제 도입안을 제출하고 9월 정기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연내 시행이 가능하다. 증권가에서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 3사의 매출은 연간 2조2000억 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보편요금제 도입은 통신사를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며 “약정 요금제 개편, 로밍요금 초 단위 과금, 마일리지로 통신비 인하 등 각종 인하 방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강압적인 통신비 인하 정책은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