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약품에 자물쇠 채우나...무역전쟁 보복 가능성 제기

입력 2018-05-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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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갈등으로 의약품 가격 오르면 트럼프 공약 실현과도 멀어져

▲다양한 처방의약품들. 미국과 중국이 무역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이 의약품 수출을 제한하면 미국인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처방약 가격 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이다. AP뉴시스
▲다양한 처방의약품들. 미국과 중국이 무역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이 의약품 수출을 제한하면 미국인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처방약 가격 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이다. 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무역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이 의약품 수출의 문을 걸어 잠그면 미국 환자들이 위험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현지시간) CNBC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두 가지 정책이 충돌하고 있다면서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바로 잡으려 한다면 의약품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항생제와 피임약부터 암과 우울증, 에이즈 치료제 등 많은 약품의 핵심 성분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한다. 의학전문작가 로즈메리 깁슨은 “중국은 다양한 의약품의 독점적 제조 계약을 맺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가 매일 병원에서 사용하거나 상비약으로 갖추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2025년까지 ‘세계의 약국’이 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IT, 통신 등과 함께 의약업을 미래 핵심산업으로 선정하고 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신약 승인을 가속하고 임상시험 규제도 완화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 전쟁을 일으킨다면 중국 정부가 의약품의 가격을 올리거나 의약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성분의 공급을 줄여 보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제약회사들이 다른 공급처를 확보한다 해도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약 20년 전부터 중국에서 주요 약품을 들여왔다. 중국 국영기업들은 정부 보조금 덕분에 낮은 가격으로 의약품을 수출했다. 미국 기업들은 자국 내 공장을 폐쇄하고 중국으로 생산지를 옮겼다. 2007년 존슨앤존슨은 미국 뉴저지에서 근무하던 직원 4800여 명을 해고했으며 2009년 상하이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웠다. 화이자는 미국에서 연구원 2000명 이상을 해고하고 연구 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했다.

CNBC는 중국으로의 생산 전환은 기업과 주주들에게는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으나 미국 소비자에게는 이롭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중국산 제품 관세 대상에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포함된 가운데 중국이 의약품 수출을 제한하면 미국 환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1300개 품목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수십 가지의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포함됐다. 알레르기 반응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에피네프린과 당뇨병 치료에 이용되는 인슐린 등이 목록에 올랐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의약품 가격을 낮추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지키기 힘들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제약사 대표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신약 허가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해주는 대신 약값을 인하하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전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처방의약품 가격 인하에 관한 연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취임 후 처음으로 처방약 가격에 관한 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두 차례 연기했다. CNBC는 연설 지연이 무역 전쟁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의약품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높은 것을 국가 안보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중국의 검사 인력과 자금이 부족해 의약품 공급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CNBC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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