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1세대’ 야놀자는 연매출 1000억 원, 누적 투자 1500억 원을 잇따라 돌파하면서 명실상부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른바 ‘흙수저’로 불리는 이수진 대표가 2005년 숙박 중개업을 시작한 지 13년 만의 성과다. 프랜차이즈, 리모델링, 숙박사업 등 온·오프라인 사업에서 모두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일본을 필두로 해외시장 진출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야놀자 임직원들은 회사가 단시간에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회사의 가족친화 제도가 자리하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가 임직원과 가족들의 ‘휴식’을 확실히 보장해주면서 창의성과 생산력을 제고했기에 조직 전체로선 성장 가도를 ‘쉴 틈 없이’ 달려올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일례로 이수진 대표가 500여 명에 이르는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전사 이메일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4.4일의 법칙’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 주중 4.4일 동안은 자신의 일에 몰입하고,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 동안은 휴식을 통해 힘을 채우는 것이 곧 회사 성공의 비결이라는 얘기다. 이 대표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회사인 만큼 구성원들의 창의적 역량도 강화돼야 하며, 이를 위해 구성원들은 ‘능동적 여가생활’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능동적 여가생활이란 집에서 잠을 자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등의 수동적 여가생활과 달리 가벼운 여행을 떠나거나 스포츠, 액티비티 등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능동적 여가생활’을 위해 야놀자가 직원들에게 보장하는 대표적인 가족친화제도가 ‘포인트 제도’다. 포인트 제도는 직원들이 휴가나 주말 동안 야놀자 앱을 통해 가족과 여행을 즐길 때면 회사가 숙박이나 액티비티 요금을 분담하는 제도다. 회사는 매년 직원들에게 100만 원에 해당하는 100만 포인트를 지급하고, 직원들은 야놀자 앱에서 금액 내 제한 없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회사 관점에선 직원들이 가족과 여가를 즐기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회사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고 개선할 부분들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직원 복지가 곧 회사 자산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조세원 CMO(최고마케팅책임자)는 “올 여름부터는 레저나 액티비티 서비스가 연동돼 아이들과 함께 놀이동산이나 전시회 등을 포인트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라며 “나아가 항공이나 교통 기능까지 서비스를 확장하면 회사가 직원 여가에 관한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족과의 여가에 방점을 찍는 야놀자의 복지 철학은 이 대표의 ‘아버지’로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주말이면 주차난과 인파에 시달리며 놀이동산이니 쇼핑몰로 억지 나들이에 나서는 보통의 아버지였던 이 대표는 우연히 벌레와 흙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보고 자연 속 가족 공간을 구상하게 됐다. 그 후 5년간 계획 끝에 강원도 홍천에 가족 공동별장 개념의 ‘휘게리하우스’를 직접 지었다. 이 대표는 “휘게리 자연놀이터를 지으면서 땀 흘려 일하고 새참을 만들어 먹는 등 가족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바쁜 일상을 견딜 힘을 얻었다”면서 “가족과의 의미 있는 여가 시간이 삶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온몸으로 체감했다”고 밝혔다.
포인트 제도뿐만 아니라 자율 출퇴근제 또한 이러한 야놀자 철학의 연장선상에 있다. 조 CMO는 “자율 출퇴근 제도 덕분에 이직이 잦은 IT업계임에도 출산휴가 후 복직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면서 “사실 출산을 경험한 여성 직원뿐 아니라 자녀가 있는 모든 직원이 이 제도의 수혜자”라고 표현했다. 아빠든 엄마든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해 자녀에게 여유롭게 아침을 먹이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등하원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남녀 구분 없이 매달 회사로부터 보육수당을 지원 받기도 한다.
사내 복지뿐만 아니라 사외에서도 야놀자는 경력단절여성, 중장년층 등 취업 취약계층을 위해 한국관광공사, 서울산업진흥원 등과 함께 다양한 직업교육·일자리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이어가고 있다. 야놀자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직업 교육과정인 ‘하우스키핑 코디네이터 양성과정’과 ‘신중년 호텔리어 양성과정’ 수료생은 현재까지 300여 명이며 주로 40~60대 여성들이다. 채용 연계율은 과정에 따라 75~90%에 달한다. 김우리 야놀자 피플파트너 실장은 “회사의 높은 성장성도 중요하지만 사내외적으로 적절한 제도가 뒷받침돼야 좋은 직원들이 회사와 오래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야놀자의 기본 철학”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