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말과 이달 말 두 차례에 걸쳐 특조단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재판 개입 등에 대한 사실관계와 입장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거부했다.
특조단은 양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에 실패한 후 지난 25일 발표한 결과보고서에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 사찰과 재판 개입 등을 시도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원인 중 하나로 양 전 대법원장이 2014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상고법원 입법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을 꼽았다. 당시 박근혜 정부와 국회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해 상고법원 설치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감시하고, 특정 재판에 대해 청와대와 거래를 벌였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재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등 여러 건이 포함됐다.
특조단은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안을 주제로 하는 공청회를 개최하고 상고법원 안을 찬성하는 칼럼을 언론에 기고하도록 하는 등 여론 조성을 위한 노력은 기울였으나 정책 결정이 이루지는 과정에서 정작 사법부 내부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진정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고법원 안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내부에서 등장하는 것을 경계하고 이를 통제했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나타나자 법원 안팎에서는 관련자들의 처벌과 수사 의뢰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찰 피해자로 알려진 차성안 판사는 특조단의 조사보고서 발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특조단이 형사 고발 의견을 못 내겠고, 대법원장도 그리하신다면 내가 국민과 함께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다른 판사들도 차 판사의 의견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특정 재판 박근혜 정부 청와대 보고, 광범위한 법관 사찰 의혹 등에 대해 고발한 사건을 공공형사수사부에 배당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