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칼럼] M&A제도 보완하라

입력 2018-06-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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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대단하다.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은 한 세미나에서 2030년까지 국내 지능정보 분야에서만 약 8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발표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혁신 성장동력 시행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13개 분야에 총 9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6개월간의 활동을 마친 4차 산업혁명특위는 105개의 정책 권고와 47개의 입법 권고가 담긴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였다. 개인정보 보호 및 활용과 관련한 특별권고안을 포함해 크라우드 펀딩 규제 완화,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규제 완화, 네거티브 규제체계로의 전환 등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산업 현장과 학계가 주장해온 민간 주도 혁신 성장을 위한 정책을 여야 합의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정부도 민간 주도 혁신성장을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혁신기업 지원을 위한 ‘혁신모험펀드’는 민간 자금과의 매칭 펀드로 조성할 계획인데, 정부 자금 비중은 40% 수준이다. 미국 중소기업청의 SBIC(Small Business Investment Company) 프로그램과 유사한 것으로 애플, 인텔, 테슬라 등이 이 프로그램의 대표적 수혜 기업들이다.

그러나 보다 확실한 민간 주도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M&A시장이 혁신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은 IBM과 같은 ICT제조회사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ICT 서비스 회사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ICT 기업들의 M&A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국경을 넘어 진행되는 크로스 보더(cross-border) M&A가 중심이다.

알파고로 우리에게 친숙한 인공지능(AI)분야 기업 딥마인드의 경우, 영국을 본사로 하는 회사로 2014년 구글이 인수한 기업이다. 페이스북도 인수 협상을 벌였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구글이 인수하면서 인공지능 분야를 선점했다. 즉, M&A를 통해 빠르게 혁신 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것이다.

혁신 성장을 위한 M&A시장의 활성화가 중요한 이유는 경쟁력 확보 외에도 모험자금 회수 때문이다. 벤처기업에 투자되는 모험자본의 회수에는 기업공개(IPO), M&A, 세컨더리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 중 IPO는 심사절차가 까다롭고 일정 기간 전매제한이 있으며 세컨더리는 거래 상대방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반면 M&A는 기밀 누설 등의 단점이 있지만 즉각적 자금 회수가 가능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M&A를 통한 모험자금 회수는 저조한 상황이다. 벤처캐피털의 자금 회수 비중은 2016년 기준 IPO가 27%인 데 비해 M&A는 3%에 불과하다. M&A를 통한 자금 회수 비중이 89%인 미국, 27%인 유럽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유수한 글로벌 기업의 R&D센터가 모여 있는 이스라엘의 벤처투자자금도 주로 글로벌 기업에 의한 M&A를 통해 회수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 글로벌 기업의 R&D센터가 예비창업자를 배출하고 벤처기업을 글로벌 기업에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데, 벤처 투자자들은 벤처기업이 개발한 혁신 기술 매각 통로로 M&A를 활용하고 있다.

이번 국회의 4차 산업혁명 특위 권고안에도 포함되었듯이 우리나라 M&A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 노력이 진행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구체적 활성화 방안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나 우선순위 설정이 아직 미흡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사례처럼 대기업의 참여가 중요하며 대기업은 벤처기업들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혁신 성장을 위해 본격적으로 M&A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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