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대기오염은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 20곳에 델리와 바라나시 등 인도 14개 도시가 포함됐다.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룬 지난 20년 동안 환경 규제가 약했던 탓이다. 화석연료 중심의 생활습관도 한몫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전역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 탓에 사망자와 장애가 17% 증가했다. CNN은 뉴델리에서 공기를 마시는 것은 하루에 담배를 10개비 피우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인도는 화석연료 대신 배출가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전기를 동력으로 삼으며 변화를 꾀한다. 2016년 전기차로의 100% 전환을 표명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는 2030년부터 인도에서 휘발유·경유차를 퇴출하고 전기차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밝혔다. 2030년까지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30% 이상을 전기차로 바꾸는 게 목표다.
인도 정부는 첫 단계로 ‘NEMMP 2020’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연간 매출이 600만~700만 달러(약 74억 원)에 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차량 배기가스를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3~1.5% 낮추는 게 목적이다. 인도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최대 34억 달러를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그중 정부는 향후 5~6년 사이에 최대 21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인도 국민이 일반 자동차 대신 전기차를 사도록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를 생산하도록 지원한다.
인도 당국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네 가지 부문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술 개발과 수요 창출, 시범 프로젝트와 충전 인프라다. 모디 정부는 4월 전기차 충전소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전기차 이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당국은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려는 기업이 관련 부처로부터 허가받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전기차 충전소는 전기를 판매하는 것으로 간주해 전기법상 면허를 받아야 했다. 정부는 이 규정이 충전소 확대를 방해하고 전기차 부문의 성장을 억제한다고 판단해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컨설팅 업체 EY의 칸브 가르 전기차·이동성 담당 이사는 “닭과 달걀처럼 차량과 충전 인프라 중 무엇이 먼저인가 논란이 일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가 먼저 마련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계획만큼 빠르게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달 말 인도 정부는 관용 전기차 1만 대를 도입하려던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국영기업 에너지효율서비스(EESL)가 지난해 11월 초부터 전기차를 납품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내년 3월로 미뤘다. 사우라브 쿠마르 EESL 이사는 “충전소 인프라가 부족한 점과 주정부들이 차량 인수에 소극적인 부분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도 정부의 목표 실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크지만 세계 최악의 스모그에 시달리는 인도에서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은 분명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