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한국에서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 프랑스 여행객 두 명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처음 보는 이방인들에게 우리 집 거실을 숙소로 내주며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한 이들의 자전거 여행은 유럽을 거쳐 동남아로, 다시 중국을 지나 한국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문득 나와 비슷한 또래인 이들이 긴 여행을 끝내고 고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걱정되지 않냐는 질문을 던졌다.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나 간단명료했다. 그들은 단지 “해 보고 싶은 일이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까지 계산하면서 현재를 희생하던 내게 그들의 대답은 큰 울림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삶의 중심은 내가 아니라 회사였다. ‘일이 많아서’, ‘바빠서’라는 핑계가 족쇄가 됐고, 워킹홀리데이와 어학연수와 같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점점 후순위가 됐다.
그들과의 만남 이후에도 몇 년간 현실에 순응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 문득 그때의 깨달음이 떠올랐다. 그제야 나는 스스로 채웠던 족쇄를 풀 때가 됐다고 느꼈고, 6년 넘게 몸담았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곧바로 한 달간 유럽 여행을 떠났다. 아크로폴리스에서부터 크로아티아의 바다, 콜로세움, 오르셰미술관, 바르셀로나의 광장과 이비자의 화려한 파티까지! 여행하며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그러자 떠나기 직전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던 나 스스로가 얼마나 작은 세상에 갇혀 있었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비로소 내가 걸어온 발자취를 볼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고민하는 것보다는 일단 저질러 보는 게 낫다. 물론, 평범과 현실이라는 주춧돌 위에 두 발을 얹고 있는 나에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한번 ‘저질러’ 보라. 나는 이제까지의 나의 삶을 너무 어렵게 생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