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기의 회담’을 무사히 마치면서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북한 시장의 개방 여부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두 정상의 회담이 끝난 후 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이 북한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동아시아의 마지막 미개척 시장이 열릴 가능성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중 아이패드로 북한의 경제 번영을 묘사한 ‘한반도 로드맵’ 영상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만든 이 영상은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오랫동안 잘못된 관리와 국제 제재의 결과인 북한의 빈곤한 경제는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예를 들어 북한은 멋진 해변을 갖고 있다. 북한이 대포를 바다로 쏘아 터트릴 때마다 그걸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김 위원장에게 “어때? 멋진 콘도가 만들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북한 특수 기대감에 ‘로켓맨 랠리’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지난주 국내 증시에서는 포스코, SK이노베이션 같은 경협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국내 로펌 배,김&리의 유욱 파트너는 NYT에 “몇몇 대기업이 시험적으로 북한과 접촉했다”며 “북한과의 미래 사업에 아주 관심 있어 하는 몇몇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북한에 주목하는 건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와 희토류 같은 광물 자원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철도, 전력 등의 열악한 인프라는 풍부한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북한 경제에 관한 책을 집필한 시드니대학의 저스틴 헤이스팅스 교수는 “북한은 돈이 되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미얀마도 과거 10년간 폐쇄됐었지만 개방과 함께 급속도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전세계 대기업을 유치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맥도날드와 트럼프타워가 들어설 가능성도 커진다. 앞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지난 4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미국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며 “그들이 바라는 건 트럼프 타워가 대동강에 들어서고, 맥도날드가 평양 시내에 입점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의 예를 들었다.
1990년대부터 유럽에서 북한 관련 사업을 해온 파울 챠 GPI컨설턴시 창립자는 북한 사업에 대해 “낙관적”이라며 “9월에 유럽 기업들을 상대로 북한의 정보통신기술을 소개할 것”이라며 기본 기술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북한에 아웃소싱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대는 개성에 골프 코스를 갖추고 2000개 기업과 60만 명의 직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업단지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당장 대북 사업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아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되레 불똥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업들이 상대해야 하는 사업 파트너는 식량난에 허덕이는 주민들을 거느린 독재자인 만큼 주의가 단단히 요구된다. 무엇보다 외국 기업이 북한에서 사업을 할 여건도 녹록지 않다. 기본적으로 전기와 물을 확보해야 하고, 현지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시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북한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이들도 적지 않다. NYT에 따르면 앞서 중국 광산업체인 시양그룹은 2012년 북한에 첫 광산업체를 설립했는데, 북한 당국이 직원들을 내쫓는 바람에 4500만 달러(약 485억 원)를 손해봤다. 개성공단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가 10년 전 건설한 이 공단은 2년 전 북한이 한국 자산을 동결하기 전에만 두 차례나 문을 닫았고, 그 여파로 123개 입주사가 13억 달러를 잃었다.
북한 투자에 대한 또 한 가지 걸림돌은 북한 노동자들의 기술력이다. 현지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소리다. 비영리단체 조선익스체인지 설립자인 저프리 시는 NYT에 ”북한이 그 동안 얼마나 고립돼왔는지, (기술의) 갭이 정말 정말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