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바로 지역명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슈퍼리치들이 거주하는 이 아파트의 위상을 말해주는 단어는 ‘현대아파트’인가 ‘압구정’인가?
그런데 황당하게도 현행법상으로는 압구정에 없는 아파트도 단지명에 ‘압구정’을 붙일 수가 있다. 지금도 그런 아파트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다.
양천구 목동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촌 중 한 곳이다. 이 바로 옆 행정동인 ‘신정동’에 위치한 A아파트의 이름은 ‘목동 XXXXX 아파트’다. 도로 하나를 접하고 아쉽게 목동에 못들어간 것도 아니고 목동과의 최단거리가 못해도 8블럭은 떨어져 있는 지역에 지은 아파트다.
강서구의 마곡동은 최근 서울 마지막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금싸라기 땅으로 크게 주목받는 시장이다. 이 근처인 ‘내발산동’에 위치한 B아파트는 이름이 ‘마곡 XXXXX 아파트’이다. 황당하게도 이 아파트는 공기업에서 공급한 아파트인데도 이렇게 이름이 엉터리다.
시공사들은 물론 실제 지역과 단지에 붙은 지역명이 다른 것을 알고도 일부러 그렇게 명명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인 경우 재개발·재건축 조합에서 그렇게 해주기를 원하기도 한다. ‘목동’, ‘압구정’, ‘대치’, ‘반포’ 같은 단어가 분양가 책정과 향후 집값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서로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명을 붙이는 과정은 관청에서 별도의 심의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입주시 등기 과정에서 정한 단지명을 관청에서는 등록만 해주는 방식이다. 엉터리 아파트 이름에 대한 제재 방안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제재하지 않으니 이해관계가 얽힌 시공사와 재건축·재개발조합이 옆의 부유한 지역의 이름을 슬쩍 빌려다 쓰려는 것은 당연하다. 억단위의 돈이 걸린 상황에서 단지에 정확한 지역명을 붙이겠다는 선량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민간의 이해관계자들이야 그렇다치더라도 관에서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국토부나 지자체등 유관기관에서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이야긴 들어본 바 없다.
아주 오래 전의 관행에 대해 이야기 하는게 아니다. 이번주 청약 일정이 진행되는 ‘목동’ 이름을 붙인 한 아파트는 앞서의 ‘신정동’ A아파트보다 목동에서 더 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