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사냥꾼’ 손정의에 일침놓은 유니클로 회장

입력 2018-06-21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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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미래 사업에 쏟아 붓고 있는 소프트뱅크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에게 따끔한 일침을 놨다.

20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시내에서 소프트뱅크의 주주총회가 열렸다. 손 회장은 2000명 이상의 주주들 앞에서 앞으로 소프트뱅크가 통신에서 투자로 사업의 중심을 전환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는 10조 엔(약 100조 엔) 규모의 투자펀드를 통해 전세계의 유망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에 투자할 것이라며 소프트뱅크를 중심으로 최고로만 구성된 그룹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우리는 유니콘 사냥꾼‘이라며 1년간 30건의 투자 실적을 자랑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주주들은 손 회장의 비전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의 사외 이사인 야나이 회장이 입을 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 WSJ)은 전했다. 야나이 회장은 ”나는 항상 손 회장이 하는 일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고 있다“며 ”오늘은 자신감이 넘치지만 진짜 괜찮은 것인지가 나는 가장 걱정된다“고 조심스럽게 일침을 놨다. 그러면서 청중에게도 ”오늘 설명을 들었다고 해서 그다지 안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야나이 회장의 발언은 손 회장의 거침없는 투자 행보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나 다름없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참여로 작년에 출범한 920억 달러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그 동안 배차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세계적인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손 회장은 야나이 회장의 조언에도 아랑곳없이 ”이종간의 긴밀한 동맹관계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최고로만 구성된 기업 그룹을 만들고 싶다. 이것이 우리가 승리하는 방식이고, 성공하는 방식“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아울러 그는 자사의 주가가 알리바바그룹 등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저평가되고 있다며 ”사야 하나, 팔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면 절대 매수하라“고 주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2000년 닷컴 버블 때 2만2000엔으로 상장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8000엔대에 머물며 전성기의 반토막도 안 된다.

이에 대한 우려에 손 회장은 “보유주식의 시가 총액과 부채를 고려하면 주당 1만4199엔의 가치가 있다”며 “상장 예정인 통신 자회사 분이 추가될 것이어서 앞으로는 주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주를 달래기도 했다.

야나이 회장은 2016년 소프트뱅크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후 손 회장은 영국 반도체 칩 설계업체인 ARM홀딩스를 인수하는데 320억 달러를 썼고, 작년에는 사우디를 등에 업고 비전펀드를 시작했다.

손 회장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소프트뱅크 이사인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도 나서 그를 두둔했다. 마 회장은 “나는 손 회장의 용기와 비전을 존중한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래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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