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발 뜨거운 변화의 바람을 타고 차량공유 업계와 자동차 업계가 시장으로 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CNN머니는 중동의 우버 ‘카림’이 사우디 여성들을 운전사로 고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두바이에 본사를 둔 카림은 중동 등 13개국 80개 도시에서 운영하는 차량공유서비스업체다.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모로코 등 국가에서 여성 운전기사 ‘카프티나스’를 고용하고 있는 카림은 사우디에서도 공고를 냈다.
카림의 고용 소식에 사우디에서 벌써 2000명 넘는 지원자가 모였다. 벌써 수도 리야드와 제다, 담맘 3곳에서는 여성 운전기사들이 고객을 태운 채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카림은 2020년까지 중동 내 2만여 명의 여성 운전사를 고용할 계획이다.
사우디에서 카림을 이용하는 승객의 3분의 2는 여성이다. 우버 역시 여성 승객이 전체 80%를 차지한다. 운전이 해금되기 전까지 사우디 여성들이 바깥을 돌아다닐 수단은 카림과 우버뿐이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운전하게 되면서 고객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카림 제다 지사 팀매니저인 히샴 래리는 “경제가 크게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수요는 늘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사우디 교통 당국에 따르면 신규 면허 신청자 수는 지금까지 12만 명을 돌파했다. 일부 여성들은 국제면허를 전환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사우디 면허를 취득하고 있다.
새로운 고객층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자동차 업계도 사우디 여성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등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포드는 ‘여성들의 운전을 응원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꿈 머스탱을 선사한다’는 문구로 주목받았다. 포드는 지난해 사우디 정부가 여성 운전 허용을 처음으로 발표한 이후 ‘운전석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광고 문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독일 폭스바겐도 헤나로 장식한 손이 운전대를 잡은 모습과 함께 ‘이제는 당신 차례’라는 문구를 붙였고 일본 닛산은 ‘2018 GRL’(GIRL의 줄임)이 새겨진 자동차 번호판으로 광고를 장식했다.
여성운전금지 해제는 최근 사우디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비전2030’을 내세워 사우디 경제·정치·사회의 변혁을 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남성 중심적인 국가 중 하나인 사우디의 근대적 이미지를 타파하고 온건한 이슬람국가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기시했던 여성의 사회·교육·경제 활동 참여, 대중문화 개방, 기득권의 부패 척결 등이 잇따라 전개되면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편 사우디 내 보수파들은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에 반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남성들은 여성 운전자를 도로에서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는 등 협박도 하고 있다.
여성 운전자들을 카림 운전사로 참여시키는 것이 보수적인 문화와 충돌한다는 우려에 래리 매니저는 “여성들은 이미 오랜 시간 남성들과 함께 차에 함께 타왔다”며 “단지 자리를 바꾸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