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TV, 컴퓨터는 물론 자동차 등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난이 일어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일본판이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연초 소니 게임콘솔 플레이스테이션4(PS4)가 갑자기 품귀 현상을 겪었다. 그 원인으로 최신 게임 ‘몬스터 헌터: 월드’의 대히트가 꼽혔다. 그러나 소니 엔지니어들은 MLCC 공급 부족이 PS4 품귀를 불러일으킨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MLCC는 개당 가격이 1엔(약 10원) 이하지만 불필요한 신호를 제거하거나 반도체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저장하는 기능을 담당해 전자제품에 없어서는 안 될 부품이다. 자동차도 많은 부품이 전자화돼 MLCC가 필수적이다.
전자부품 전문 리서치 업체 포마녹퍼블리케이션스에 따르면 스마트폰에 400개, 일반적인 휘발유 차량에 3050개의 MLCC가 들어간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MLCC가 무려 1만 개 필요하다.
SMBC닛코증권의 가쓰라 로스케 애널리스트는 “전례 없는 MLCC 공급난이 일어나고 있다”며 “전자업체는 이전에 이 부품을 필요할 때 즉시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반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소수의 기업만이 MLCC를 생산하고 있으며 대부분 아시아에 몰려있다. 일본 무라타제작소와 타이요유덴, 우리나라의 삼성전기 등 톱 3가 전 세계 시장의 6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수요 폭발에 삼성전기는 지난달 신규 주문을 받을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MLCC 제조 공정은 도자기 만드는 법과 비슷하다. ‘티탄산 바륨’이라는 물질을 다양한 유기 용매와 혼합해 평평하게 펼치고 나서 여러 층을 겹쳐 ‘터널로’에서 구워낸다. 어떤 용매를 얼마나 사용할지 재료를 얼마나 혼합할지 등 제조사 별로 고유의 레시피가 있으며 대부분 기업 비밀이다. 기존 제조업체를 대체할 새 공급망을 구축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수요 폭발에 대응하고자 무라타제작소는 올해 3월 마감한 2017 회계연도에 설비투자액을 3000억 엔으로 전년보다 두 배 늘렸다. 올해는 투자를 더 확대해 현재 연간 1조 개 이상인 MLCC 생산능력을 10%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미국·중국의 무역 마찰에 따른 세계 경기둔화 등으로 MLCC 수요가 조만간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MLCC 공급난 해소에 최소 1년의 세월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물인터넷(IoT)과 전기자동차, 공장 자동화 등 새로운 수요도 MLCC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타이요유덴의 도사카 쇼이치 사장은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당시에는 PC와 휴대폰 등이 MLCC 수요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오늘날에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데이터센터와 통신설비 등 훨씬 다양한 종류의 기기가 수요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