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 수도 적지 않습니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가 23명 수준인데, 북한은 무려 63명이었습니다. 세계에서 최악으로 손꼽히는 중국(76명)에 버금가는, 생각외로 심각한 상황인 것이지요.
과기정통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최근 25개 출연연구기관들로부터 남북 공동연구 주제에 관한 의견을 수렴해 관계부처에 전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산림 생태계 복원과 미세먼지 공동 대응이 포함돼 있지요. ‘미세먼지’라는 공통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한이 머리를 맞대 보자는 뜻입니다.
우리는 이런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경유차를 꼽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발령 때 대중교통 무료 이용과 함께 노후 경유차의 서울시 운행 제한이라는 특단의 조치까지 꺼내들었는데요. 작은 실천이지만, 이런 노력들이 하나둘 더해지면서 ‘미세먼지 저감 성공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시대착오적 행정’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디젤차 운전자는 물론 자동차업계마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지요.
초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 규모가 가장 많은 중국, 나아가 미세먼지가 재앙 수준으로 이르고 있는 베이징(北京)에서는 정작 디젤차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전체 운행차 가운데 디젤차 비율은 대중교통을 포함해도 3% 수준입니다. 그뿐인가요. 디젤차는커녕 인구 대비 자동차 통행량 자체가 많지 않은 북한이 중국에 버금가는 미세먼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관계당국과 지자체가 잊어서는 안됩니다.
상황이 이런데 우리는 경유차 살생부를 만들어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만 내세우고 있습니다. 독일 폭스바겐에서 시작된 디젤게이트가 전 세계적으로 마녀사냥식 디젤차 살생부를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지요.
심지어 환경부 장관은 올해 안에 경유차 퇴출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디젤차에 대한 규제를 광범위하게 확대하겠다는 뜻이지요.
문제는 차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연식과 차 무게(총중량)만을 기준으로 “퇴출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예컨대 정기적인 자동차 검사에서 불합격된 디젤차에 대한 시정조치와 행정명령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2005년 이전 생산과 총중량 2.5t 이상’이라는, 획일화된 기준에 따른 규제 확대는 뚜렷한 반감만 불러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내린 행정명령조차 이곳저곳 빈틈이 드러납니다. 2.5t을 살짝 넘어선 7인승 SUV는 합법적인 구조변경을 통해 5인승으로 구조변경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되면 차 무게와 승차 정원이 줄어드니 규제치에서 벗어난, 즉 총중량 2.5t 미만으로 내려오면서 규제를 쉽게 피할 수 있게되는 것이지요.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할 때입니다. 무턱대고 연식과 총중량을 기준으로 ‘퇴출과 잔존’을 가르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정말이지 환경부 장관 말대로 '로드맵'을 만들어서라도 퇴출시켜야 할 ‘적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