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은 닫혔다”...EU 쪽으로 문 여는 중국

입력 2018-07-09 03:58 수정 2018-07-0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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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에 대항하고자 EU와 연합전선 구축 움직임 -그러나 EU도 트럼프의 ‘중국 리스크’ 인식 -따라서 EU도 중국과 연합전선 구축은 탐탁지 않아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을 열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달 글로벌 기업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약속을 실천에 옮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기어코 관세 폭탄을 투하,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중국은 발빠르게 유럽연합(EU)과의 연합전선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EU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리스크’에는 공감하는 터여서 중국-EU 간 진정한 동맹은 요원해 보인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측은 오는 16~1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EU 연례 정상회담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 의장, 장 클로드 융커 EC 집행위원장과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연합전선 구축에 대해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 앞서 리커창 총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난다.

리 총리는 유럽 순방 중 6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동유럽 국가 정상들을 만나 중국 시장 개방 확대를 강조했다. 특히 그는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하며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면서 “무역전쟁은 해결책이 아니며 중국은 무역전쟁에 먼저 나선 적이 없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접근성을 계속 확대할 것이며, 그것은 상호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호소는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에 대한 반격에 일환이다. 미국은 지난 6일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 가운데 340억 달러 상당의 818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에 중국도 동등한 규모의 보복에 나섰다. 중국 시간으로 같은 날 정오에 관세 부과가 자동 발효되면서 중국은 5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 659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

브루노 르 메이어 프랑스 재무장관은 엑상프로방스에서 이코노미스트들과 기업 리더들이 모인 자리에서 “무역전쟁이 일어날 것이냐는 건 더 이상 의문이 아니다”라며 “무역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FT는 미국과 긴장감을 형성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과 EU가 이번 중국-EU 연례 정상회담에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시장 접근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중국과 EU는 2013년 쌍방간 시장 접근성을 증진하기 위해 상호투자 조약을 추진했다. 두 지역은 상호 간에 중요한 시장임에도 다방면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쌍방간 투자가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빚으면서 EU와의 투자협정 협상은 뒷전으로 물러났고, 이번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르게 된 것이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로펌 앨런앤어버리의 잭 왕 변호사는 “(중국의) 자유화 배경에는 미국과 유럽 간 긴장이 있다”며 “중국 정부는 자유화 개혁을 통해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무역 파트너 사이의 무역 긴장을 고조시켰다. EU는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맞서 철강을 포함해 버번위스키, 청바지, 오토바이, 오렌지 주스 등 28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매겼다. 여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EU의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할 경우에 대비해 180억 유로 규모의 생필품에 대한 맞불 관세를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 당국자들은 EU가 미국의 무역 정책에 대항하고자 중국과 손을 잡은 것처럼 보이는 어떤 상황이든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유럽 기업들 역시 트럼프 행정부처럼,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 적용하는 압력과 규제, 특히 중국 국유 기업의 활동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뿐만 아니라 기술 이전을 강요할 때의 압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EU에 대한 중국의 전반적인 접근방식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르 마이어 프랑스 재무장관은 엑상프로방스에서 FT에 “미국이 원하는 건 무역에서 유럽을 분할하는 것인데, 중국 역시 똑 같은 행동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무역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리 총리가 서유럽이 빠진 중·동유럽(CEEC) 16개국 모임 ‘16+1 정상회의’에서 중국 시장 개방 의지를 피력했다는 것이다.

FT는 최근 중국과 EU의 관계가 진전된 것처럼 보이지만 투자 협정 협상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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