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중국 정부…텐센트, ‘챔피언’이자 ‘위협’으로 부상

입력 2018-07-09 08:31 수정 2018-07-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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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챗 이용자 10억 명으로 성장…반체제 활동에 쓰일까 우려

중국 IT 거인 텐센트를 두고 중국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텐센트가 중국을 대표하는 챔피언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공산당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첨단 기술 육성을 위해 IT 기업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중이다. 이에 텐센트가 중국의 개인과 기업, 정부 기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주요 통로로 부상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텐센트의 메시징 앱 플랫폼인 위챗은 최근 몇 년 동안 성장해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중국의 대표 챔피언이 됐다. 세계적인 기업을 키우려는 정부의 의도에 부합하는 성과다. 중국인들은 위챗을 이용해 서로 문자를 주고받고 결제하며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즐기고 뉴스 기사와 의견을 공유한다.

그러나 텐센트의 부상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절대적으로 주도권을 쥐려는 당에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 규제 당국은 위챗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당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하는 등 반체제 활동에 쓰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새 사이버보안법이 발효된 이후 텐센트는 최소 두 차례 이상 법규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다. 중국 법에 따르면 텐센트는 뉴스피드와 기타 플랫폼에서 국가의 명예와 이익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국가 통합을 위태롭게 하는 불법 콘텐츠를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중국 정부는 위챗 곳곳에도 감시망을 설치했다. 위챗을 통한 단체행동을 막기 위해 채팅방 참여자는 500명으로 제한되며 100명을 넘으면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국영 통신사가 검증한 휴대전화 계정에 연결해야 한다. 텐센트 측은 서버에 위챗 메시지를 저장하지 않으며 접근 권한이 없다고 밝혔으나 관계자들은 텐센트가 당국의 요청에 따라 메시지를 저장하고 넘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텐센트 관계자는 정부가 위챗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해외에서의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국의 손길은 위챗을 넘어 텐센트의 게임, 모바일 결제 등 다른 부문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해 사설에서 텐센트의 모바일게임 ‘왕자영요(Honor of Kings)’ 탓에 아이들이 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해 수업시간에 졸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당시 홍콩증시에서 텐센트 주가는 3% 이상 하락했다. 텐센트는 18세 이하 사용자의 게임 시간을 제한했고 마화텅 텐센트 회장은 인민일보 편집국을 방문해 임원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 그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대표 자격으로 참여했다. 텐센트 임원들은 마 회장이 정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텐센트의 라이벌인 알리바바 등도 정부의 조사를 받으나 위챗이 소셜네트워크로서 역할을 하면서 더욱 강한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X.L. 딩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알리바바는 물건을 사고파는 소비자 서비스일 뿐이지만 텐센트는 선전과 정보확산 기능이 있어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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