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금융시장 부진, 3년 전보다 심각…기관투자자들이 매도세 주도”

입력 2018-07-09 08:36 수정 2018-07-0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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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들이 국영기업 주식 매도하면서 상하이증시도 침체...중국 정부 디레버리징·위안화 절하도 원인

올해 중국 증시 부진과 위안화 가치 하락은 2015년 있었던 시장 혼란의 고통스러운 추억을 되살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현재 중국 금융시장의 부진은 2015년의 경험과는 또 다르다고 설명했다. 3년 전 ‘차이나쇼크’ 때 겪었던 갑작스러운 주가·위안화 가치 폭락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올해가 오히려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7% 하락하며 전 세계 주요 증시 벤치마크 중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위안화는 6월 이후 지금까지 미국 달러화에 대해 3.6% 하락했다.

현재 이러한 침체가 3년 전 상황보다 더 우려스러운 이유는 시장을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기관투자자들이 매도세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주로 국영기업과 같은 우량주를 선호한다. 전문가들은 국영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을 보아 기관투자자들의 매도가 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에이미 린 캐피탈시큐리티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과거 시장이 하락했을 때 우량주들이 뒤처졌던 것을 생각해보면, 현재 매도세 역시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이번에도 우량주들이 우르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량주들의 주가 하락은 상하이종합지수를 크게 침체시켰다. WSJ는 3년 전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매도세를 주도했던 것과 비교하면 중국 경제와 시장에 대한 전망이 그만큼 어두어졌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랜딩 창 시얌란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2015년의 시장 침체는 갑작스럽게 왔다가 금방 갔지만, 이번 침체 국면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부채 관리와 미국과의 무역 전쟁 등 경제의 근본적 문제에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부채를 축소하기 위해 그림자 금융을 규제하면서 5월 중국 내 신용공급은 절반 이상 줄었다. 2분기 들어 중국 경제는 투자와 소매판매를 포함한 거의 모든 부문에서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 올 초부터 미·중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증시 하락세를 부추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지난주 340억 달러(약 38조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전쟁을 본격 개시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의 성장 둔화가 맞물려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이 높아진 점도 중국 금융당국에 부담이다. 중국 정부는 무역 전쟁이 수출에 미칠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떨어트리고 있다. 이에 정책입안자들은 중국 금융의 유동성 부족을 초래할 대규모 자본 유출이 일어날까 염려하고 있다. 랜딩 창 CEO는 “중국 정부는 실물 경제에 더 많은 돈이 들어오길 원하지만, 투자자들은 중국 기업, 특히 제조업에 자신감이 없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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