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유 증산까지 압박하고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유가가 안정세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열린 OPEC 회의에서 산유국들은 18개월 동안 이어졌던 감산 기조를 버렸다. 이날 회의에서 그들은 기존의 감산정책에 벗어나 ‘완만하게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합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회의를 얼마 앞두고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빅2’ 산유국은 감산을 끝내고 증산으로 돌아서자고 주도한 반면 이란, 베네수엘라, 이라크 등은 증산에 정면 반발했다.
이란 측 OPEC대표인 호세인 카젬푸르 아르데빌리는 지난달 17일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증산을 막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산유국들은 하루 100만 배럴 증산을 결정했다.
하지만 OPEC 회의 이후 유가 흐름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증산 협의가 있기 전인 지난달 21일까지만 해도 배럴당 65달러 선에서 거래됐었다. 하지만 6일 기준으로 약 20% 오른 72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중 하나인 두바이유도 현재 배럴당 약 74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증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기존 OPEC 정책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번 결정이 과거 과도하게 진행해왔던 감산을 억제하는 선에 그쳤기 때문에 유가가 단기간에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는 합의문의 실현 가능성을 꼽았다. 실제로 100만 배럴을 증설할 수 있다는 국가는 사우디, 카타르, UAE 등 3~4개 국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현실적인 원인으로 인해 산유국들의 총증산량은 600만~700만 배럴에 불과하다”며 “이런 원인으로 인해 유가 상승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업계의 재고평가 이익은 더욱 늘어나지만 정유 제품 수요가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될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업계 시황과 관련돼 국제유가의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