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흥국들이 지난해 외환보유고를 늘리며 고수익 신흥시장 자산에 눈독을 들이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짚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1~5월 신흥국의 외환보유고는 총 1140억 달러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6월 들어 이 흐름이 반전됐다. 강달러와 무역 긴장 고조로 자국 통화 가치가 추락하고 증시와 채권시장이 부진하여지자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를 쌓는 대신 푸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지난달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외환시장 개입에 약 57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 말 이후 가장 큰 환시 개입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신흥국 통화 가치는 강달러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요인으로 인한 압박이 커지면서 올해 들어 3% 하락했다. 특히 아르헨티나, 터키, 중국의 통화가 강하게 타격을 받으면서 각국 금융당국이 급히 진화에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은 6월 위안화 가치가 바닥을 치면서 개입을 서둘렀다. 최근 몇 주간 중국 인민은행은 환율 안정과 위안화 소생을 위해 국영은행에게 위안화를 사들이도록 했다고 WSJ는 전했다. 그 결과 위안화는 지난주 0.3% 하락하는 데 그쳐 3.2%나 하락했던 6월에 비해 안정을 되찾았다.
다른 중앙은행도 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고를 풀었다. 브라질은 올해 시장 개입에 440억 달러를 지출했고 인도도 170억 달러를 썼다. 신흥국의 외환보유고가 여전히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만큼 이들 국가는 강달러가 불러온 시장 변동성을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지출로 얻는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각 중앙은행이 달러화를 팔아 자국 통화 가치를 올릴 수는 있지만 달러화도 충분히 쥐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외환 풀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가 그 예다. IIF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4~5월 100억 달러를 풀었지만, 페소화 급락을 막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고 달러 빚 상환이 다가오면서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까지 받았다. 페소화 가치는 이번 달 들어 달러화 대비 4% 정도를 회복했지만 지난 1년을 기준으로 하면 34% 떨어졌다. 인도와 브라질 통화도 올해 각각 7.1%, 14% 가까이 하락했다.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를 계속 풀 것인지는 미국 달러화 향방에 달렸다. WSJ 분석에 따르면 달러화는 2분기에 주요 16개국 통화 대비 5% 상승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미국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강달러 추세가 곧 멈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