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의 개정 이유를 보면 “실근로시간 단축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 향후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휴일근로를 포함 52시간임을 분명히 하고, 가산임금 중복할증률을 규정하며, 사실상 제한 없는 근로를 허용해 최장 시간 근로의 원인이 되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범위를 축소하는 등 근로시간 관련 제도를 정비함”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실근로시간 단축의 시대적인 과제는 언제부터 제기됐을까? 132년 전인 1886년 5월 1일, 미국 노동자들은 1일 8시간 쟁취를 위해 총파업을 벌였고, 이틀 뒤인 5월 3일 시카고에서만 21만 명의 노동자와 경찰이 충돌한 유혈사태가 났다. 1890년 5월 1일부터 전 세계가 노동절로 이를 기념했고, 우리나라도 95년 전인 1923년 5월 1일 최초의 노동절 행사를 치렀다.
향후 발생할 사회적 비용은 무엇을 염두에 둔 것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7명이며, 2017년 기준 초고령화 사회(65세 인구 비율 21% 이상) 진입 시기는 2025년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근대 국가 성립의 3요소 중 하나인 인구가 줄어드는 손실을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기업 역시 노동력 부족과 함께 수요를 감소시킬 미래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개정 이유를 돌아보면서 2009년 생일을 맞아 썼던 미니홈피 글이 떠올랐다. ‘사색하는 동물이 인간이라지만 그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는 스스로가 인간이 살아가기 어려운 체제임을 증명하는 것만 같다’라는 단락이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두고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반응에 호들갑을 떨었던 딱 그만큼, 우리는 아직 인간이 살기 어려운 삶을 감내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