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라는 평가다. 그는 지난달 대선·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30년 장기집권 발판을 마련했다. 문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제 고성장을 추구하면서 막대한 부채를 통제 없이 쌓아놓고 있어 금융시스템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올 들어 미국 달러화에 대해 약 29% 하락했다. 그 여파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일반 소비자와 기업 모두 고통받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도 에르도안은 이번 주 자신의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라크를 재무장관으로 임명해 시장을 실망시켰다. 시장은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전문 관료를 원했는데 알바이라크가 경제 사령탑에 앉게 되면서 에르도안의 방만한 재정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절망감이 커진 것이다.
터키는 이스탄불 신공항 등 대규모 국책사업에 힘입어 지난 1분기에도 7.4%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오는 10월 1단계 공사가 끝나 개장하는 이스탄불 신공항에 120억 달러(약 13조5000억 원)가 투입된다.
NYT는 이런 고성장세는 민간과 공공 부문 모두에 축적된 부채로 이뤄진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성장을 앞세운 정부 정책에 많은 기업도 방만하게 빚을 지고 있다. 4월 말 기준 터키 민간기업의 외채는 2450억 달러 이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달했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기업들은 외채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이스탄불 소재 코크대학의 셀바 데미랄프 경제학 교수는 “민간기업 부채가 어마어마하다”며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기업들에 더 많은 돈을 빌리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리라화 추락을 제어하고 물가를 잡으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성장에 제동이 걸려 부동산과 건설 산업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 게다가 현재 기준금리도 17.75%에 달해 터키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 상황을 방치하면 기업들의 연쇄 부도에 터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등 다른 신흥국도 자국 통화 가치 하락 등 터키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문제는 통화정책에 대한 에르도안의 비정상적인 시각이다. 에르도안은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에서 비롯됐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마치 화학요법이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NYT는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