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가운데는 뜻이 비슷하여 자칫 혼동하기 쉬운 말이 적지 않다. 공표와 공포도 그러한 예의 하나이다. 공표는 ‘公表’라고 쓰는데 ‘公’에는 많은 뜻이 담겨 있다.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다’는 원래의 뜻으로부터 차츰 그 뜻이 ‘숨김없이 드러내 놓다’, ‘함께 하다’라는 뜻으로 확대되었고, 지금은 ‘여러 사람을 위하거나, 여러 사람에게 관계되는 국가나 사회의 일’이라는 의미, 즉 ‘공적(公的)’이라는 의미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글자이다.
表는 ‘겉 표’라고 훈독하는데 ‘겉’이라는 의미로부터 ‘드러내다’라는 뜻으로 확대되었고 ‘드러내다’에서 다시 ‘발표하다’라는 뜻으로 더 커졌다. 따라서 公表는 ‘공적인 입장에서 드러내어 표현하는 것’, 즉 ‘공개 발표’ 혹은 ‘공적인 발표’의 줄임말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학설이나 의견, 입장 등을 여러 사람에게 드러내 놓고 알리는 것이 바로 公表인 것이다.
공포는 ‘公布’라고 쓴다. ‘포’는 ‘베 포’라고 훈독하는 글자로 비단이 아니라 삼베나 무명 등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공포라는 말은 베를 펼치듯이 ‘공개적으로 펼쳐 놓는다’는 뜻이다. 즉 법령, 예산, 조약 등을 국민을 향해 베나 그물을 펼쳐놓듯이 널리 펼쳐놓는 일종의 장치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일종의 장치이기 때문에 공포된 법령이나 예산, 조약 등은 반드시 베를 펼쳐 ‘덮어씌우는’ 것 같은 구속력을 갖는다. 공포된 법을 누구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설이나 입장은 공표하는 것으로 끝난다. 도덕적, 사회적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물론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을 받지만 공표한 내용 자체가 법적인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의 의견이나 입장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너무 쉽게 공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公表든 公布든 ‘公’자가 붙은 한 신중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