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플레이션 악몽 재현되나…‘아베노믹스’ 부작용 나타나

입력 2018-07-23 16:30 수정 2018-07-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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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양적완화 장기화 악영향…물가상승률은 계속 목표치 미달

디플레이션은 장기 불황인 ‘잃어버린 20년’을 불러온 원인으로 일본 경제의 경계 대상 1호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디플레이션이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에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물가가 하락하면 화폐 가치가 올라 소비가 멈추고 투자가 감소해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경제학의 바이블이라는 맨큐의 경제학에서는 “인플레이션은 나쁘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은 더 나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디플레이션을 2차례 공식 선언했다. 특히 2009년 11월 디플레이션 선언은 2006년 6월 회복세에 접어든 이후 3년 5개월 만에 반복된 일이라 더욱 충격이 컸다. 2012년까지 장기 불황에 시달리던 일본 경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집권 후 2013년부터 아베노믹스가 시행되면서 성장세를 탔고 2015년을 기점으로 회복세에 들어갔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견인한 건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과 제로금리였다.

BOJ는 고정금리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콜금리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등 2016년 4월부터 강력한 디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폈다. 장기 채권 수익률을 제로(0)%으로 유지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이 시작돼도 국채를 BOJ가 매입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시장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양적완화도 처음의 연간 80조 엔(약 814조5520억 원)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그러나 FT는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개선에 성공하더라도 의도적인 실질 금리 인하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도적인 엔저 현상은 국제 정치 변동에 쉽게 영향을 받아 안정적인 장기 전략이 될 수 없다. 브렉시트 선거로 인해 4년간 공들였던 엔저 정책이 물거품이 된 것은 아베노믹스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예시였다. 양적완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지만 긴축정책을 언급하기만 해도 엔화가 요동친다.

BOJ는 2016년부터 꾸준히 인플레이션율 목표를 2%로 설정했지만, 실제 지표는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일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7%였고 신선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CPI 상승률은 0.2%에 그쳐 전문가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BOJ가 30~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 수정 가능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작용 우려 때문에 완화 정책을 더 내놓지는 않겠지만 물가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9%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FT는 통화정책만으로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결국에는 재정 완화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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