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테흐리크-에-인사프(PTI)를 이끄는 칸 총재는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아직 선거결과가 정식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연방하원 272석 중 120석 가까이 차지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칸 총재는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지배 구조를 바꿀 수 있음을 증명할 것”이라며 “우리의 모든 정책은 사회의 가장 약한 구성원을 돕는 데 목표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의 보건과 교육, 공공 서비스의 부패를 끝내고 국민이 세금을 내면서 안심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차기 총리가 될 칸 총재는 불편한 사이가 된 미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뜻을 내비쳤다. 파키스탄과 미국은 동맹 관계였지만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키스탄에 군사원조를 중단하자 관계가 악화됐다. 그는 “불행하게도 미국과의 관계는 일방적이었다”며 “미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슈미르 영유권을 둘러싸고 오랜 시간 분쟁이 있었던 인도에도 손을 내밀었다. 그는 “인도와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들이 우리에게 한 걸음 다가온다면 우리는 두 걸음씩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파키스탄과 인도는 카슈미르 지역의 영유권을 두고 전쟁을 벌였으며 현재는 지역을 분할 통치하고 있다.
정권 교체에는 성공했지만, 칸 총재의 앞에는 해결해야 할 일이 쌓여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경제다. 파키스탄은 현재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으며 무역 적자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칸 총재가 군부의 도움을 받아 투표 조작을 시행했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됐다. PTI가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과반수인 137석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앞으로 칸 총재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번 파키스탄 총선은 테러와 사망사고로 얼룩졌다. 투표 당일 파키스탄 서부의 퀘타에선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30명이 사망하고 35명이 중상을 입었다. 퀘타에서는 13일에도 선거유세장에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나 149명이 사망했다. 테러는 이슬람국가(IS) 연계 조직의 소행인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