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산업은 IT분야이다. 이들은 산업 특성상 전통적 제조업과 달리 큰 투자 없이도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익을 쌓아두기만 하면서 경제 순환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실제로 IT기업들은 활발한 재투자를 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현금 250억 달러(약 27조9875억 원)를 지출해 글로벌 기업 중 네 번째로 많은 자금을 소비했다. 이를 연구·개발(R&D)과 콘텐츠 생산 등에 썼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5년간 210억 달러를 중국 벤처캐피털 시장에 지출했다. 미국과 중국 상위 10대 IT기업의 투자 규모는 5년 사이 3배 증가해 16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들이 인수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지분을 포함하면 2150억 달러이다. 미국의 공공 및 민간 투자에서 IT기업은 전체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IT기업이 이익을 축적하는 대신 활발한 재투자를 벌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최근 IT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관련 시설에 드는 비용이 늘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연간 90억 달러의 자금이 들어간다. 마이크로소프트(MS),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클라우드 사업에 공을 들인다.
온라인과 물리적 세계의 경계가 흐려진 점도 IT기업의 지출이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아마존은 지난해 식료품 체인 홀푸드마켓을 인수했으며 알리바바는 슈퍼마켓 허마를 소유하고 있다. IT 기업들은 전통적 경제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짓고 있다. 신기술과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인수하기도 한다.
거대 IT기업들은 대규모 부지에 본사를 마련하는 데도 많은 돈을 쓴다. 아마존은 시애틀에 본사를 지었고 제2본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애플은 캘리포니아 본사 건설에 50억 달러를 들였다. 이는 최소 1만3000개 이상의 건설업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에 거대 IT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쥐고 있으면 경제 순환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사라졌다. 2년 전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IT기업이 전반적인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면서 자신들의 수익을 거의 쓰지 않고 기존 기업의 투자 의지도 저해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IT 기업들은 경제 순환과 투자에 상당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
다만 단점도 있다. IT대기업의 투자가 늘어날수록 반독점 문제가 커진다. 예전 닷컴버블처럼 IT산업의 거품이 꺼지면 투자 자금이 갑작스럽게 줄면서 경제가 심각하게 손상될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IT기술은 이미 미국의 언론과 정치, 주식 시장의 리듬을 결정하는 필수 요소이며 이제는 투자 사이클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