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보유 미국채 84% 매각, 그 이유는...“정치적 목적 아닌 시장 상황이 배경”

입력 2018-07-3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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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시장 주도하는 것 중국이지 러시아 아냐...국채 매수 속도 낮추고 만기 기다리는 게 미국에 더 큰 영향

▲러시아의 미 국채 보유액 추이. 2017년 12월부터 올 5월까지. 단위 10억 달러. 출처 CNN머니.
▲러시아의 미 국채 보유액 추이. 2017년 12월부터 올 5월까지. 단위 10억 달러. 출처 CNN머니.
러시아가 가지고 있던 미국 국채의 84%, 총 810억 달러(약 90조 5000억 원) 규모를 매각했다. 지난 18일 미 재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5월 중 러시아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961억 달러에서 149억 달러로 급감했다.

30일(현지시간) 미 CNN머니는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미 국채 매각에 어떤 배경이 깔려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머니는 전문가를 인용해 미 국채 금리가 단기간에 급상승해 시장을 놀라게 한 것이 러시아가 국채를 팔아치우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1년 전보다 0.75%포인트가량 치솟았고 수익률도 올 4월 2014년 이래 처음으로 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금융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고 있거나 미국이 4월 러시아산 알루미늄에 제재를 가한 것에 대해 일종의 보복을 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레이몬드제임스의 채권 자본시장 책임자 케빈 기디스는 “(러시아 미 국채 매도에 대해) 분석하자면 아마도 일부는 제재 타격에 의한 것이고 또 부분적으로는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지난 5월 미 국채 장기물 금리가 올랐던 것은 늘어난 공급에 의한 것이고, 무엇보다 감세와 지출 확대로 인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미 재무부가 대규모 미 국채 입찰에 나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매도가 미 국채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미 국채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중국이지 러시아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은 러시아가 가진 미 국채의 약 10배를 보유하고 있다. 유진 차우소브스키 스트래트포 선임 유라시아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의 매각이 미국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만약 비슷한 규모로 중국이 팔았다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러시아의 이러한 매각이 미 국채를 쥐고 있는 다른 채권국들에 이를 무기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꺼번에 많은 미 국채를 매각할 경우 자국 금융 포트폴리오에도 상당한 부작용을 가져오기 때문에 그럴 확률이 낮다고 본다. 재니몽고메리스코트LLC의 가이 르바스 수석채권전략가는 “미국에 대한 경제 공격을 위해 외환보유고를 무기화한다는 생각은 오히려 자신의 무기를 망가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더 큰 위험성은 중국 등 채권국들이 미 국채 매수 속도를 낮추고 기존 보유한 국채가 만기에 다다를 때까지 기다릴 때 생긴다고 지적했다. 컴벌랜드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톡 최고투자책임자는 “점진주의는 미국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2020년까지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꾸준히 국채 발행을 늘려갈 것임을 시사한다. 올해 미국의 국채발행량은 4437억 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9배 늘었다. CNN머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16년 자산매입프로그램을 중단한 후 국채 매수자를 찾는 일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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