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솔직한 문학 이야기는?

입력 2018-08-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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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 외 1인/ 문학동네/ 1만4000원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 외 1인/ 문학동네/ 1만4000원

▲무라카미 하루키.(연합뉴스)
▲무라카미 하루키.(연합뉴스)
“전 사실 예전부터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내가 쓴 소설을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요.”

“글자만 보고도 굴튀김 생각이 간절해지는 문장을 쓰고 싶죠.”

이는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꺼낸 이야기다. 무라카미의 솔직하고 솔직하고 꾸밈없는 이야기를 소설가인 가와카미 미에코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네 차례의 길고도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라는 책으로 펼쳐냈다.

가와카미는 10대 시절부터 무라카미의 작품을 읽어온 오랜 팬이자, 아쿠타가와 상과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받은 가수 겸 소설가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무라카미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냈다.

소설 속의 비현실적 등장인물과 눈이 번쩍 뜨이는 비유들은 어디서 나오는가? 노벨문학상 시즌마다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럽진 않은가? 첫 장부터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의 비결은 무엇인가? 등 그동안 독자들이 궁금했던 무라카미의 솔직한 문학 이야기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다.

사실 가와카미가 무라카미를 인터뷰한 것은 한 문예지 청탁으로 이뤄졌다. 당시 인터뷰 내용을 마음에 들어 한 무라카미는 “책으로 나오면 좋겠다”라고 요청했고, 이듬해 가을 ‘기사단장 죽이기’를 탈고한 뒤 이 작품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인터뷰를 해보자고 가와카미에게 제안했다.

가와카미는 “처음 준비할 때는 ‘수많은 독자를 대변한다’라는 책임감 비슷한 것 때문에 생각이 많았지만, 어느 순간 ‘묻고 싶은 것을 묻고 싶은 대로 물으면 된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구도 신경 쓸 것 없이 10대 중반부터 꾸준히 읽어온 작품의 작가에게 지금의 내가 정말로 묻고 싶은 것을 마음껏 물어보자”라는 생각으로 대담에 나섰다고 밝혔다.

무라카미는 가와카미의 신선하고 날카로운 질문에 식은땀을 흘릴 때가 잦았다고 말했다.

“길에서 마주친 사람이 ‘무라카미 씨의 열렬한 팬입니다’라고 말해주면, 물론 진심이겠지만 그래도 2년쯤 지나면 저 사람도 ‘무라카미는 이제 틀렸어’라고 하지 않을까 상상하게 됐다. ‘전에는 좋았는데 이번 신작은 영 아니야. 못 읽겠어’ 뭐 항상 그런 생각으로 살아왔다.”

“저는 한 사람의 작가로서 내 페이스에 맞춰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을 쓸 뿐이지만, 경제 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설’이라는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자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까 저는 결국 ‘무라카미 인더스트리즈’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거위일 뿐이다. 내가 낳는 알이 황금인지 은인지 동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라카미는 이처럼 그동안 감춰온 자신의 속내를 솔직히 드러냈다. 솔직한 발언의 이면에서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를 통해 무라카미가 40년 가까이 쉬지 않고 달려오며 독자적 작품세계를 만들어온 작가임을 독자들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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