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최근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간부들 채용을 사실상 강요한 혐의로 역대 공정위원장 3명과 부위원장 2명, 현직 지철호 부위원장 등 총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 결과 간부들의 불법 취업에 공정위 전체가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퇴직을 앞둔 간부들의 명단을 관리하고 직급에 따라 기업체의 고문, 임원, 부장으로 취업시킨다는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세웠다.
게다가 재취업한 간부들의 연봉을 정해주기도 하고, 고용 계약은 정년까지만 하라고 지침을 내려보내는 등 마치 기업들을 산하단체 다루듯 했다.
공정위는 이런 방식으로 2011년부터 16개 대기업에 4급 이상 고참·고령자 18명을 취업시켰다.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현대건설,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SK하이닉스, 포스코건설, GS리테일, 신세계페이먼츠 등 국내 20대 기업 대부분이 포함됐다.
공정위에 몸담아 소위 ‘힘 좀 썼다’는 인사들은 기업에 재취업 후 억대 연봉은 물론 전용 차량, 법인카드 등 복지혜택을 누렸다. 이들 중 일부는 1년에 최고 3억5000만 원을 받았다.
특히 모든 내용이 위원장까지 보고되고, 공정위 내부에선 퇴직 후 기업에서 한 자리씩 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겼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결국 공정위는 김동수(2011년 1월~2013년 2월)·노대래(2013년 4월~2014년 12월)·정재찬(2014년 12월~2017년 6월) 등 역대 위원장 3명이 모두 기소되는 굴욕적인 상황을 맞았다.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 지철호 현 부위원장도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는 이렇게 마무리됐지만 개운치 않다. 성급하게 종결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이번 검찰 수사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협상이 한창인 시점에 급물살을 탔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검찰이 의도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검찰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어찌됐든 전속고발제도는 검찰이 원하던 대로 폐지됐다.
공정위 퇴직 간부들은 취업 특혜를 받았다. 기업들은 ‘공정위’라는 ‘간판’만 보고 수십억 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능력에 대한 검증보다 ‘앉은 자리’만 보고 많은 돈을 줬다. 대가성을 의심해보는 게 상식적이다. 공정위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을 고려하면 특혜 취업의 대가로 해당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일부 눈감아 줬을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는 약자이자 소비자, 곧 국민이다.
검찰이 수사 장기화로 인한 공정위의 업무 장애와 신뢰 저하를 우려했다는데, 선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권력기관이 조직적으로 채용 비리를 양산했고, 기업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지도 모를 사건인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벌백계가 마땅하다.
권력을 앞세운 관료들의 특혜 취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윤 창출이 목적인 기업들이 아무 이유 없이 거금을 들일리는 만무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