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정기적금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낮아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서민들의 대표적인 목돈 마련 상품인 '적금'의 매력이 점차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경기 호황에 따라 예ㆍ적금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바 있으나, 최근 역전 현상은 과거와 달리 정부 정책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가중평균 금리는 연 1.79%, 정기적금의 가중평균 금리는 1.82%였다. 적금 금리가 예금보다 불과 0.03%포인트밖에 높지 않은 것이다.
최근 정기예금 금리와 정기적금 금리의 격차가 줄어드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예금 금리가 1.74%로 적금 금리(1.67%)를 0.07%포인트 앞지르며 5년 10개월 만에 예·적금 금리 역전 현상이 빚어진 것이 시작이었다. 지난해 12월에도 예금 금리(1.78%)가 적금(1.76%)보다 0.02%포인트 높았다.
올해 1∼5월에는 적금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높았다. 다만, 그 격차는 4월 0.08%포인트, 5월 0.02%포인트로 점차 줄었다. 6월에는 적금 금리가 1.81%, 예금 금리 1.83%로 재차 역전 현상이 빚어졌다.
매달 꼬박꼬박 돈을 불입해야 하는 정기적금은 한꺼번에 목돈을 묶어두는 정기예금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다.
월별로 보면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예금 금리가 적금 금리보다 높은 적은 단 한 번뿐이었다.
최근 예·적금 금리 역전 현상은 과거와 달리 정책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2020년부터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산정방식을 변경, 가계대출에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은행들은 예대율을 100% 밑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규제가 바뀌며 가계대출 잔액이 그대로더라도 예대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예금을 늘릴 수밖에 없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규제 때문에 은행들이 장기예금을 전략적으로 유치하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장기예금에 우대금리를 적용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