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취향을 사고파는 시대가 도래했다. ‘가치소비’, ‘소확행’ 등 자기계발에 매진하는 사람들은 어느새 현대인의 표준이 됐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뒤 본격적으로 취미를 만들어 보려는 사람도 늘었다. 문제는 취향. 취향을 어디서 어떻게 만들지다. 시간, 돈, 노력 중 하나만 부족해도 만들기 힘든 게 취향이다.
소셜 살롱 ‘문토(munto)’는 ‘취향이 통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표방한다. 유료 취미 모임 서비스를 제공해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요리, 음악감상, 독서 토론, 와인 시음 등을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다. 3개월 단위로 정기 모임에 가입하면 2주 간격으로 6번 참여할 수 있다. 전문성이 필요한 모임에는 셰프, 공연 기획자 등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임을 이끈다.
작년 3월 모임 2개에서 시작한 문토는 올해 10~12월 시즌에는 36개 모임으로 성장했다. IT 기업에서 기획 일을 했던 이미리(31) 문토 대표는 더 의미 있는 일을 찾다가 문토의 문을 열게 됐다. 이 대표를 4일 서울 서대문 신촌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 설립 이후 성장 과정을 말해 달라
“작년 봄 시즌 2개 모임, 25명으로 시작했다. 하나는 몸으로 희곡을 표현해 보는 모임이었고, 하나는 영화를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었다. 그 뒤로 요리, 미술, 음악 등 카테고리가 확장됐다. 올해 4~6월 모임 수는 9개, 7~9월 모임 수는 15개로 늘었다. 7~9월 시즌 신규 멤버 수는 220명이었다. 10월에 시작하는 가을 시즌 모임 수는 36개다. 직원은 나를 포함해 두 명뿐이지만, 이달 중으로 한 명 더 채용할 예정이다.”
- 트레바리 등 유료 취미 모임 시장이 급속도로 크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는가?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업체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사회 구조와 환경이 변하면서 서비스들이 더 필요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이전 세대는 정답이 있는 사회를 살았다. 삶의 보장된 단계들이 있었다. 지금은 보장할 수 있는 삶의 단계가 사라졌고, 개개인이 질문이 필요해진 것 같다. 그런 질문을 같이 찾아 나가는 공동체들이 필요해졌다.”
- 이번 시즌(7~9월)까지만 신촌에서 모임이 운영되고 사무실을 이전한다고 들었다
“요리 모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10~12월 시즌 모임은 합정동에서 한다. 지금보다 공간이 3배 정도 커질 것이다. 모임도 동 시간대에 여러 개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대표이지만 멤버로 참석하고 싶은 모임, 혹은 추천하고 싶은 모임이 있나
“작년 봄 첫 시즌에는 모임에 참석했는데 그 뒤로는 참석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전체 모임 중 피드백을 받기 위해 들어가곤 한다. 추천하고 싶은 모임은 요리 모임이다. 멤버들의 만족도도 높다. 현대인들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잘 내지 않는다. 그런데 요리를 하면서 내 몸을 위해 시간을 내고, 음식을 같이 먹으면서 생각을 나누면 뭔가 충만한 느낌이 든다. ‘미식이란 무엇인가’, ‘맛이란 무엇인가’, ‘유럽 음식 문화의 특징’ 같은 것을 이야기 나눈다. 쿠킹 클래스를 대관해서 하고 16명이 4인 1조씩 조를 짜서 요리한다. 그 밖에는 새로 시작한 경제, 경영 모임을 추천하고 싶다. 경제지 기자들이 리더로 참여하는 모임도 있는데 좋은 분들과 일하게 돼 큰 기대를 걸고 있다.”
- 문토를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모임 5회차쯤 됐을 때 뭉클함을 느낀다. 일반적으로 동호회들은 끝에 가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문토는 5회차가 되면 기본적으로 출석률이 80% 이상이다. 그때쯤이면 ‘관계’라는 게 생긴다. 2주 간격으로 5번 만난 관계에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모임의 시너지도 나온다. 모임 전체의 성숙도가 무르익는 시간이어서 5회차 모임을 참관하면 뭉클하고 보람을 느낀다.”
- 문토 설립 이후 좌절했던 적이 있나?
“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부분은 수익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서비스의 의미를 중시하기에 수익만을 추구할 수 없다. 현재 지출이 가장 큰 부분은 광고비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플랫폼을 이용한 광고비 비중이 가장 크다. 그 외에는 리더한테 드리는 비용, 임대료 등이 있다. 그러나 좌절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고 무게감, 부담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멋진 일이라는 생각을 계속하면서도 거기에 대한 책임감이 따르는 것 같다.”
-창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린다
“‘창업해야겠다’ 하고 시작한 게 아니어서 뭔가 멋진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다. 다만 이런 경험을 창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할 수 있을까 싶다. 회사와 내가 같이 성장하는 기분이 매우 특별하다. 굉장히 압축적으로 성장하는 기분이다. 너무 힘들기도 하지만 성취하는 부분도 그만큼 크다.”
-앞으로의 계획은?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것이다. 지금은 저와 직원들의 희생으로 돌아가고 있다. 새 공간에서는 기존 평일 저녁 시간 프로그램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들 제공할 수 있도록 모임의 스펙트럼을 넓힐 것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 모이게 꾸릴 것이고, 회사가 크는 만큼 나도 성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