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철강제품이 지난 5월 미국 쿼터 적용을 받은 지 처음으로 ‘품목 예외’ 승인을 받은 사례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자국 기업 마이크로스태핑(Micro Stamping)이 한국 에스엘테크 극세강관 제품에 대해 품목 예외를 신청한 것을 승인했다.
마이크로스태핑은 정밀 의료기기 제조업체로, 자사 제품에 에스엘테크의 극세강관을 사용해왔다. 풍산특수금속이 포스코가 생산하는 스테인리스 열연소재를 STS극박냉연재로 재가공한 뒤 에스엘테크에 납품하고 있다. 극세강관은 주사바늘 등에 널리 쓰인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말 고율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해 한국에 면제 지위를 부여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현재 한국처럼 관세 면제를 적용받지 못한 국가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가 각각 부과된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 등은 미국과의 절충안 마련에 실패하면서 6월 1일부터 관세가 적용됐다.
다만 미국은 5월부터 한국산 철강에 대한 대미 수출쿼터를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했다. 아울러 한국에 쿼터를 적용하면서 품목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품목 예외는 미국이 자체적으로 생산이 충분하지 못하는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 적용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철강제품 쿼터 면제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상무부는 한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철강제품 쿼터와 아르헨티나 알루미늄 쿼터에 선별적으로 면제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성명에서 “기업들은 미국 철강과 알루미늄 생산업체들이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거나 품질이 못 미치는 것을 근거로 쿼터 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면제가 허용돼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스엘테크의 이번 낭보(朗報)로 미국 정부의 품목 예외 승인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날 전망이다. 한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품목 예외 승인 첫 사례가 빨리 나왔다”며 “그동안 억눌렸던 미국 수출길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고품질의 첨단 철강제품을 필요로 하는 미국 기업과 연계하면 품목 예외 승인이 좀 더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