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조직개편과 인사에 속도를 낸다. 구광모 LG 회장은 3분기가 마무리되는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계열사 직접 챙기기에 나선다.
LG는 공식적으로 인사와 조직개편 모두 확정된 것이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LG의 역대급 조직개편과 인사는 이미 시작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6월 구광모 체재 출범 이후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LG 부회장으로, 하현회 LG 부회장을 LG유플러스 부회장으로 맞바꿨다.
임원들은 LG 계열사 전직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고문단과의 면담도 시작했다. 11월 초 계열사별 사업보고회가 끝나고 승진 대상자별 평가를 거쳐 11월 말에서 12월 초 인사가 나는 방안이 유력하다.
눈여겨볼 점은 사업부별 변화다. 구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첫 행보로 LG의 융복합 연구개발(R&D)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 LG전자의 ‘레이저 헤드램프’ 등 전장부품과 LG디스플레이의 ‘투명 플렉시블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들을 살펴봤다. 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AR·VR 분야의 기술육성 방안을 논의했다. 구 회장의 관심이 어떤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 계열분리를 놓고 구본준 LG 부회장이 전장사업 일부를 가져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지만, LG의 신성장 동력이 전장사업인 만큼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장 사업이 구 부회장에게 넘어가든, LG 내에 남아있든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아울러 LG가 주력으로 키우고 있는 로봇 분야도 조직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올가을 유럽가전전시회 IFA 2018에서 “로봇 분야는 인력과 조직을 보강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LG전자는 지난 6월 미국 로봇개발 스타트 기업에 3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해외 로봇개발업체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구본무 전 회장의 보유지분 11.3%의 상속세 산정이 완료됨에 따라 11월 안에 상속절차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대 1조 원 규모 상속세 재원 마련 놓고서도 지분 매각 등과 맞물린 조직개편이 있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논란 등을 피하기 위해 LG 100% 자회사인 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을 분할하고 외부지분 유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남북경협 분야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평양을 다녀온 구 회장이 빠르지는 않더라도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계의 행보에 발맞춰 남북경협을 검토·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총수 자리에 오른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북경협에서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