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15일을 전후로 하반기 환율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도날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까지 덩달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또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교역촉진법의 세 가지 기준 말고라도 1988년 종합무역법에 근거해 지정할 수 있는 길은 열려있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우리나라와 일본을 묶어 지정할 수도 있다. 최근 시장 개입을 하지 않는 등 노력을 해온 우리로서는 억울한 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원·달러는 상승과 하락압력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인위적으로 위안화를 절하해왔다는 것이 배경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원화도 절상압력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무역재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경우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절하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지정후 미국이 어떤 추가조치를 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이 2015년 제정한 ‘교역촉진법’에서는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초과 △연간 GDP 2%를 넘는 달러 순매수 등 지속적인 일방향 시장개입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할 경우 ‘심층 분석대상국’이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 항목 하나만 해당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있는 상황이다.
반면 1988년 만든 종합무역법에서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 △유의미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 중 하나만 충족해도 지정할 수 있게 돼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 정부의 개발자금 지원과 공공 입찰에서 배제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감시를 받는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은 수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대중국 수출물량이 상당한 우리의 수출 규모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무역을 다변화하거나 어려워진 무역금융을 대신해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에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마침 18일로 다가온 한국은행 통화정책 결정에도 일정부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직접적 관련은 없겠지만 금융시장에 불안우려가 있고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커진다면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금리인상 요인일지 인하 요인일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통화정책도 추이를 지켜본 후 결정하자는 쪽으로 결정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