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예산심사에 돌입한다. 기재위에서는 세법개정안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의 대략적인 내용은 내년부터 5년간 연봉 6500만 원 이상인 근로자와 중견 규모 이상 기업에 7900억 원의 세금을 더 걷는 반면 저소득자와 중소기업에는 3조2000억 원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해 첫 세제 개편에 이어 ‘부자증세-서민감세’라는 종전 정책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인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대상과 지급액을 늘리는 것이다. 일을 통해 소득이 늘어나면 지원받는 근로장려금(소득세 환급세액) 액수도 늘어난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구 소득 기준도 현재보다 크게 상향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현재 약 157만 가구인 수혜 대상이 315만 가구로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EITC 확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영세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마련된 방안이다. 정성호 기재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EITC 확대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세금 완화 노력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 제출된 세법개정안은 국세기본법·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법·부가가치세법·국제조세조정법·관세법 등 19개다. 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야당의 검증을 넘어야 하는 만큼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세금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판적인 야당 의원들의 날선 비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7월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세금폭탄’이라며 강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한국당은 ‘부자 증세 서민 감세’라는 방향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계층 간) 편가르기”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중산층 세금폭탄이 사회적 갈등과 균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최저임금 가속인상에 이어 세금 가속인상이 벌어질 판이다. 소득분배 개선이나 소득 재분배도 좋지만 과세는 공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법개정안의 핵심 사안인 ‘EITC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 기존 정책에 대한 재점검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재위 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최저임금도 올리고 근로장려금도 확대하는 방향은 맞지 않다”며 “근로장려세제 확대에 앞서 우선 최저임금을 현실에 맞게 재심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우호적이지 않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정부 세법개정안에 “실제 증세로 확보 가능한 재원은 5조 원에 불과해 조세지출을 감당할 만한 세수 증대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며 “국회 심사 과정에서 그 효과에 대해 철저히 따지겠다”고 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각각 시각은 다르지만 여당과는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평화당은 근로장려세제 확대에는 동의하면서도 최저임금 등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정의당은 민생 문제를 뒷받침할 세원이 필요하지만 내년부터 세수가 줄어든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