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행동주의 헤지펀드 경영개입 거세져…경영권 보호 수단 마련해야”

입력 2018-10-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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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한경연)
(사진 제공=한경연)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적대적 경영개입이 급증하고 우리기업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기업의 경영권 보호를 위한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고 28일 주장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란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하고 기업에 자산 매각,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사용하는 헤지펀드를 말한다.

◇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 활동, 전세계적으로 증가 =한경연이 ‘액티비스트 인사이트 2018‘ 보고서에 기초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이사회 참여 △M&A 찬반 △배당 확대 요구 △경영진 퇴출 및 선임 요구 등을 통해 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간섭하는 경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글로벌 헤지펀드는 2013년 상반기 기준 275개에서 올해 상반기 524개로 약 90% 가량 급증했다. 행동주의 펀드가 공개적으로 경영에 개입했던 타겟 기업 또한 2013년 570개에서 지난해 805개로 41% 가량 늘었다. 여기엔 애플, P&G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포함돼있다.

최근 들어 규모가 큰 기업에 대한 투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2016년 시총 20억 달러(약 2조원) 이상의 기업 비중은 33%였던 데 반해 지난해에는 36%을 기록했다.

이들은 더 이상 미국, 유럽 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활동 대상 지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 내에서 이뤄지는 헤지펀드의 활동이 현저하게 증가했는데, 아시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경영개입 횟수는 2011년 10회에서 지난해 106회로 집계됐다.

한경연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일본 및 중국 기업 대상으로 집중돼 있으나, 엘리엇의 2015년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개입, 올해 현대차그룹 구조개편 개입 등 최근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 헤지펀드 공격에 글로벌 기업들 휘청 = 문제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표가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아니라 경영개입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단기 시세차익을 내고 떠난다는 점이다. 헤지펀드의 개입을 받은 글로벌 기업들 중, 개입 이후 성장한 사례보다 경영 안정성을 침해당한 사례를 찾기가 더 쉽다.

실제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엘리엇은 2015년에 美광산업체 Alcoa 주식을 취득하면서 이사회 자리를 3석 차지하고 스핀오프, CEO 사임 등을 요구한 후 지난해 마지막 분기에 보유 주식의 3분의 2 가량을 매도, 104%의 수익을 남겼다.

써드 포인트 파트너스는 2011년 Yahoo 주식을 다량 매수,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고 2012년 Yahoo의 CEO 스콧 톰슨을 몰아내는 등 공격적인 개입을 이어갔다. 그러다 2013년 124%의 수익률로 보유주식의 3분의 2을 매도했다.

두 펀드 모두 2년 정도의 기간 내에 공격적인 경영개입으로 주가를 급등시키고 두둑이 이익을 챙긴 것이다. 공격을 받은 기업들로서는 구조조정, 경영진 교체까지 강요받는 등 안정적 경영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을 경험했다. 특히 야후는 그 이후로 계속 하락세를 걷다가 2017년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에 약 5조 원 가치의 핵심자산을 넘긴 바 있다.

행동주의 펀드와의 위임장 대결로 초래되는 비용 또한 기업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액티비스트 인사이트에 따르면 시가총액 100억 달러 이상의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와 위임장 대결을 했을 경우 평균적으로 펀드 측은 700만 달러, 기업은 1400만 달러를 지출해 기업 측이 2배가량 더 많은 비용을 소요한다.

실제로 지난해 P&G는 행동주의 펀드 트라이언 파트너스와 위임장 대결을 펼쳤는데 이를 위해 1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반면 대결 상대인 트라이언 파트너스가 들인 대결 비용은 2500만 달러에 그쳤다.

◇ 협조로 시작한 경영개입도 적대적으로 바뀐다 = 행동주의 펀드와의 소통이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맥킨지 컨설팅의 조사에 따르면 경영개입 초반에는 기업 경영진에 협조적이었던 펀드들도 종국에는 적대적 태도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은 10번 중 7번은 협조적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절반 이상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 등 극단적인 공격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놓인 기업에게 경쟁력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 상법개정안으로 헤지펀드의 韓기업 공격 더 쉬워질 것 = 이처럼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세력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상법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러한 제도가 시행되면 우리 기업이 글로벌 헤지펀드의 총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2000년대 이후 몇몇 우리 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았다. 2005년에는 소버린 자산운용이 SK를 상대로 경영개입을 시도했고 9400억 원의 막대한 차익을 거두고 돌아갔다.

그들의 요구가 무산되긴 했지만, SK가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기까지 백기사 모집 등에 1조 원 가까운 자금을 쏟아 부어야 했다.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쓰일 수 있는 자산이 경영권 방어에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최근 몇 년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경영개입 성향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차등의결권·포이즌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기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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